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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저작권 둔감한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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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저작권 둔감한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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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만화ㆍ웹툰 작가들로 구성된 한 단체의 임원은 최근 저작권 보호와 관련한 공공기관 회의에 참석했다가 적잖이 낙담했다. 당시 간담회에는 특허청,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 등 간부급 인사들이 참석했는데 특허청 간부가 무단복제 콘텐츠에 대해 '별 문제가 아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단체 임원은 "저작권과 연관된 공적기관의 책임자들인데 '왜 저걸 도둑질이라고 생각을 안 하지' '어떻게 인식이 이 정도로 낮을까' 생각이 들어 순간 그 자리에서 화를 내야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다른 부처의 담당과장이 정색하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그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점잖게 타박하면서 넘어갔다.


불법복제물로 인한 직ㆍ간접적인 콘텐츠산업 생산감소분은 연간 3조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있다. 전체 산업으로 보면 4조8000억원, 이로 인한 고용손실도 4만3000명에 달한다. 공들인 창작물을 훔쳐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장물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소비하는 이들이나 도둑질을 방기하는 저작권보호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창작활동을 이끌어갈 동력을 잃게 된다면 문화ㆍ콘텐츠산업의 진흥은커녕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무인도에 홀로 남겨졌을 때 모래사장에 커다란 미키마우스를 그려놓으면 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저작권을 중시하는 디즈니에서 귀신같이 찾아내 소송을 걸기 때문에 생긴 유머다. 월트 디즈니는 1923년 토끼 캐릭터 오스왈드를 만든 후 저작권ㆍ판권을 배급업자 찰스 민츠에게 맡겼는데, 그가 디즈니 몰래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분노에 찬 디즈니가 이후부터 저작권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만든 캐릭터가 미키마우스다. 미국에서 과거 저작권 보호기간을 늘린 법안이 미키마우스법으로 불린 것도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끝날 즈음 디즈니의 강력한 입법로비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 법안을 두고 찬반이 갈리긴하나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장치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문화산업이 날뛸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런 장치를 낯설어하는 건 우리 대부분의 인식이 딱 그 정도 수준이라는 자백일 것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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