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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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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삶의 만족도 향상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외모에 불만
외모에 대한 자기비하는 남의 기준 탓…상대를 알수록 미의 기준은 달라져

미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보톡스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감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자신의 외모가 더 나아졌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림 출처: Davis JI. et al., The Effects of BOTOX Injections on Emotional Experience. Emotion. 2010 Jun; 10(3): 43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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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어낙안 폐월수화(浸魚落雁 閉月羞花). 물고기는 넋을 잃은 채 바닥에 가라앉고, 허공을 날던 기러기는 땅에 떨어지며, 달은 구름 속에 몸을 숨기고, 꽃은 제 모습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이다. 중국 4대 미녀로 꼽히는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각각 표현한 말이다.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아름답다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도 있다. 은나라의 달기와 주나라의 포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미인은 박명(薄命)이라 했던가.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인생의 말로는 비참했다.


◆거울아, 거울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명 성형외과 병원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입시를 마친 학생들과 학교를 졸업한 예비 취업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청소년들도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2010년 국내 연구진이 10대 청소년 543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외모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 열풍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방흡입 시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비율이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높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얼굴을 고치면 지금보다 행복할까. 성형수술은 대체로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킨다. 하지만 만족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2006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톡스 시술을 받은 우울증 환자들은 2개월 후 증상이 완화했다. 그러나 2010년 진행된 다른 연구에서는 보톡스 시술을 받은 후 우울감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외모가 더 나아졌다고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을 고친 후 행복감은 증가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매력적인 이성 앞에서 자신의 겉모습을 위장한다. 대개 남성은 소득이나 지위를 속이고 여성은 외모를 속인다. 여성이 몸무게, 나이, 얼굴을 속이려고 애쓰는 데 비해 남성은 미모의 여자 친구를 곁에 두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여자 친구의 미모가 남성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름다운 여배우를 여자 친구로 둘 수 있는 남성은 흔치 않다.


예쁜 여자 친구를 둔 남성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후광효과(Halo effect)' 때문이다. 여성도 남자친구가 잘 생겼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권력자에게 질투를 느끼기보다 그들과 친해지고 싶어 하고, 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거울 앞에 서면 한 가지쯤 눈에 거슬리는 자기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유독 커 보이는 점이나 잡티, 작은 눈, 낮은 코를 보며 열등감을 갖기도 한다.


외모에 대한 자기비하가 지나치면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로 발전할 수 있다. 신체이형장애는 별 문제가 없는데도 외모에 집착하느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정신질환이다. 미국인의 2% 정도가 이 증세를 겪는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한 번의 성형 시술에 만족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성형을 시도하는 성형중독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자기 외모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외모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신의 외모를 높게 평가하는 남성은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반면 여성은 오히려 외모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친구들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외모를 평가한다.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자주 접할수록 외모에 대한 판단 기준이 높아지고,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1980년 미국의 심리학자 더글러스 켄릭이 이끄는 연구진은 남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 TV드라마 '미녀삼총사'를 보여주고 나머지 그룹에게는 평범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낯선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미녀삼총사'를 관람한 학생들은 사진 속 여성의 외모가 매력적이지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외모도 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미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1976년부터 1981년까지 미국 ABC 채널에서 방영된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

◆탈(脫)코르셋, 꾸미지 않을 자유= 성형은 외모의 위장이자 아름다움에 대한 왜곡이다. 얼굴 성형이 어려웠던 시절, 남성은 가발과 복장으로 신분을 과시하고 여성은 화장이나 장신구로 외모를 위장했다. 특히 유럽 여성들은 경쟁적으로 코르셋을 착용했다.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코르셋을 지나치게 조이는 바람에 탈장이나 내출혈, 갈비뼈 골절이 흔했다고 한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죽음을 불사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번지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은 '꾸미지 않을 자유'의 외침이자 남성 중심의 미적 기준에 대한 저항이라 할 수 있다.


잘생긴 외모가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외모만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타인의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그를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를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 2004년의 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4년 연구에서도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6주 동안 함께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감도가 극적으로 변화했다. 상대방을 알면 알수록 그에 대한 아름다움의 기준도 달라지는 것이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노화와 죽음을 피할 방법은 없다. 천하를 손에 쥐었던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수레 위에서 생선 비린내를 풍기며 썩어갔다.


영원한 젊음과 미모는 생명체의 몫이 아니다. 가수 마이클 잭슨은 10여 차례 이상의 성형 시술을 통해 아프리카 조상의 흔적을 거의 지워버렸다. 그는 백인처럼 되기를 열망했다. 하지만 그를 백인 닮은 가수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위대한 팝 가수였을 뿐이다.


미의 기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신만의 미적 기준은 바꿀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최고의 방법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미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한 장면

◆행복한 사람이 아름답다= 예쁜 사람들은 더 행복할까. 1995년 미국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사진과 비디오를 보여주고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 사진 속 인물의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표정이 행복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잘 웃는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다.


행복한 사람들은 더 잘 웃고, 웃는 사람은 더 예뻐 보인다. 예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예쁜 사람이 더 행복할 가능성은 크지만 행복한 사람이 더 예뻐 보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외모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 느낌이 자존감의 바탕이 된다. 외모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려면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대생들의 자기 신체이미지는 미국 여대생들에 비해 훨씬 낮다. 내 몸의 소중함, 내 자신의 소중함, 내 자신의 행복감은 미국 여대생들의 74% 수준에 불과했다.


미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이용범 소설가

자신의 몸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과 조건으로 자신의 몸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내적 기준이 필요하다.


영국 작가 샬럿 브론테의 대표적인 소설 '제인 에어'(1846)의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 백작은 화재로 한 팔과 시력을 잃은 후 제인 에어에게 자신을 예전처럼 만들 마법이 없느냐고 묻는다. 제인 에어는 이렇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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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눈빛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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