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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웅의 행인일기 65] 도미네 쿠오바디스 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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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웅의 행인일기 65] 도미네 쿠오바디스 성당에서 윤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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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걷습니다. 로마의 옛 관문인 산 세바스티아노 성문을 지나면 그 이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요. 아피아 가도(街道). 정식 명칭은 '옛 아피아 가도(VIA APPIA ANTICA)'. 기원전 312년에 만들기 시작한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입니다. 이탈리아 남동부의 브린디시로 이어져 그리스, 터키, 이스라엘 등지로 뻗어갑니다. 로마 북서쪽으로는 프랑스와 스페인,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로마 제국의 상징입니다.


로마는 이 길을 통해 이방을 점령하고 그곳에서 다시 도로를 건설했지요. 제국 확장의 핵심 인프라는 군대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아피아 가도를 따라 계속 걸어가면 산 칼리스토 카타콤이 나옵니다. 그 표지판이 보이는 삼거리 한 모퉁이에 도미네 쿠오바디스 성당이 있지요. 예수의 제자 베드로가 네로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를 피해 로마에서 달아날 때 이 길 위에서 예수의 환영을 봅니다.


부활한 예수가 나타나자 베드로가 묻습니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 "네가 내 백성을 버렸으니 내가 가서 다시 십자가에 매달려야겠다."


예수 순교 직전에 예수를 세 번이나 부정한 베드로. 박해를 피해 또다시 도망치던 베드로는 크게 뉘우치고는 로마로 돌아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합니다. 이런 전설을 확인하는 공간. 9세기에 세워졌다가 17세기에 개축된 도미네 쿠오바디스 성당입니다.


베드로는 '반석(盤石)'이란 뜻. 라틴어로 'Petra'라 부릅니다. 반석은 넓고 단단한 돌이지요. "너는 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토대가 되리라"는 예수의 예언을 실현하는 이름입니다.


베드로가 예수의 환영을 보았을 때의 그 자리. 예수의 발자국이 찍힌 돌이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국외 원정을 떠나는 로마 군인들이 부드러운 돌에 자신의 발바닥 무늬를 남긴 것이라고 합니다만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가 친히 남긴 '기적의 돌'로 믿습니다.


저는 예수의 환영을 본 베드로가 서 있던 자리, '마음 돌린 돌'로 믿습니다. 작고 소박한 도미네 쿠오바디스 성당. 그 안에 들어서면 이 돌이 바닥에 놓여 있지요. 우윳빛깔 네모반듯한 돌입니다. 진품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여기 있는 건 17세기에 제작된 복제품입니다. 그래도 반석을 보면 마음이 뭉클합니다.


발바닥 무늬 돌. 발자취를 새긴 역사.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 없는 돌은 보여줍니다. 이 소박한 돌 하나가 그리스도교 정신의 정수가 아닐까요? 바티칸 대성당의 화려한 예술품을 볼 때보다 마음이 더 환해집니다. 캄캄한 마음을 돌려 처음으로 안내하는 등불 같은 돌. 성당은 초라하지만 반석의 에너지는 압도적입니다.


예수와 베드로의 이야기가, 제자가 마음을 돌린 그 순간이, 로마의 나그네를 숙연케 합니다. 반석. 베드로 이름의 유래가 된 돌. 여기 '마음 돌린 돌'이야말로 세상 모든 교회의 진정한 토대가 아닐까요? 대형 교회가 아닌 작고 가난한 교회. 눈물로 뉘우치고 내가 먼저 희생하는 교회. 그 이름 발바닥 교회!


[윤재웅의 행인일기 65] 도미네 쿠오바디스 성당에서

성당 내부에 회화 몇 점이 걸려 있습니다. 천국의 열쇠를 쥐고 서 있는 베드로상이 먼저 보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로부터 받은 천국의 열쇠.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앞 광장 모양과 같습니다. 열쇠 디자인을 모방해 광장을 만든 것이지요.


마태복음 16장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려 있을 것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영적 정통성을 확인해주는 대목입니다. 시몬 베드로. 그는 고기 낚는 어부였지만 예수를 따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지요. 예수의 수제자로서 예수 승천 후 최초의 교회 지도자가 됩니다. 로마 가톨릭에서 그를 최초의 교황으로 인정하는 이유입니다.


또 다른 회화 두 점은 눈에 아픕니다. 제단 옆 오른쪽 벽면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반대쪽 벽면엔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는 베드로가 있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서러운 대면(對面)입니다. 젊은 스승은 사람의 죄를 대신해 죽고 나이 든 제자는 더 강한 정신력으로 죽음을 맞습니다.


그대 길 가는 이여, 스승은 정녕 누구입니까. 길을 먼저 가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길 없는 곳에서는 길을 만들며 가는 행인. 그가 바로 스승 아니겠는지요.


제자 되기는 쉬워도 스승 되기는 어렵습니다. 길을 잘못 가면 바로 돌려야 합니다. 베드로가 그랬습니다.


마음이 약해져 달아나다가도 한 마음 바꿔 먹는 용기. 첫 마음, 초심. 도미네 쿠오바디스 성당 발바닥 무늬 돌로부터 새로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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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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