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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兆 쏟는 해상풍력, 연구인력은 고작 100명…해외기업에 시장 내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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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설비 제조업 R&D 인력, 2016년 409명→2020년 91명 급감

100兆 쏟는 해상풍력, 연구인력은 고작 100명…해외기업에 시장 내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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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풍력발전설비 연구인력이 해마다 줄어 100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태양광에 이어 해상풍력 보급에 급속도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산업 생태계는 오히려 취약해지는 실정이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7기 발전량에 맞먹는 초대형 해상풍력 사업에 약 100조원이 투입될 전망인데, 이 과실이 기술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풍력설비 시장을 주도하는 유럽 등지의 해외 기업에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바람을 이용하지만 설비 대부분은 외국산에 의존하는 만큼 해상풍력이 사실상 '수입 전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발표한 '2020년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날개, 발전시스템, 전력변환장치와 구조재, 기타 부품·장비 등 풍력설비 제조기업의 연구인력 수는 91명으로 1년 전(138명) 보다 34% 감소했다.


2016년만 해도 409명에 달했던 풍력설비 연구인력은 2017년 352명, 2018년 271명, 2019년 138명, 2020년 91명으로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풍력설비 사업체는 2016년 30개에서 2020년 25개, 투자는 같은 기간 519억원에서 240억원으로 줄었다. 연간 매출이 지난 4년간 1조1643억원에서 1조9202억원으로 늘긴 했지만 정부의 보조금 등이 국내 풍력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기술 개발에 쓰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풍력발전 사업, 기술개발에 투자를 해도 아직까지는 해외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우니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풍력발전 관련 선진국의 기술 수준이 100이라면 예컨대 터빈 시스템의 경우 국내 기술력은 74 수준에 그친다. 해외는 8메가와트(㎿)급 터빈이 상용화됐고 현재 10㎿급 이상을 개발중인 반면 국내에선 5㎿급이 상용화 단계고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된 8㎿급을 개발하는 실정이다.


이는 외산 의존도 확대로 이어진다. 풍력설비 국산화율은 발전기·변환기 등 핵심부품이 34%, 터빈이 50%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이유로 풍력설비 시장에서 외산 점유율도 2016년 29.6%에서 2020년 60.5%, 2021년 상반기 87.8%까지 확대됐다. 정부가 국산 부품을 50% 이상 쓰는 해상풍력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확대키로 한 것도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국내 풍력 산업 생태계가 초기 단계인 데다 적극적인 기술 개발 투자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만 풍력발전 확대에 과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7기 발전량에 맞먹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사업에만 총 95조6000억원이 투자되는데 국내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패널처럼 이 과실을 고스란히 유럽산 풍력 설비업체에 내주고 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손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 기술력까지 의존하게 된다면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우라늄은 수입하지만 플랜트 등은 국내 기술에 의존하는 원전의 사례처럼, 풍력발전 정책도 보급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먼저 국내 산업 생태계의 발전 단계를 지켜보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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