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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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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인류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환경 오염이 심해지자 우주선을 제작해 지구를 탈출한다. 동시에 인류의 직업은 오직 '탑승객'으로 한정된다. 모든 생산 활동과 우주선 경영 등은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들에게 맡긴다. 할 일이 없어진 인간들은 모두 둥글둥글해지고 쓸모 없어진 팔 다리는 짧아져 사이버 세계에만 몰입하는 등 '퇴화'하고 만다. 결국 우주선을 조작하던 로봇들은 인간을 영원히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배신한다. 200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월-E'의 줄거리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북미 법인의 세탁기 공장 준공식 현장을 둘러보면서 10년 전에 봤던 이 영화가 떠올랐다. 혹자는 '세탁기' 공장이라 무시할 지 모르겠지만, 이 공장은 LG전자가 '세계 최첨단 지능형 자율공장'이라고 자랑하듯 최첨단 AI, 정보통신기술(IT), 로봇 기술이 집약된 시스템ㆍ설비를 갖춰 보는 이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미래 공상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자동화된 로봇 공장이 상당 부분 현실화된 곳이라고 하면 대강 이해가 될 것 같다.


사람이 배치된 곳이라고는 해당 작업을 수행할 '로봇 가격이 너무 비싼 곳' 밖에 없을 정도다. 부품은 무인수송장치(AGV)가 정밀한 통제에 따라 필요한 곳에 적시 적소로 실어 나른다. 사람과 부딪히거나 자체 충돌 우려도 감지 센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확한 위치는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활용해 스스로 찾아간다.


부품 생산, 조립도 대부분 로봇이 수행한다. 7만7000㎡ 면적의 넓은 공장 안에 사람이라곤 600명 밖에 배치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10초에 1대씩 연간 120만대를 생산해 낸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실현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공정에 첨단 로봇ㆍIT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손길은 될 수 있는 한 배제한 덕이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부품 및 소프트웨어 고장 여부를 원격 측정해 자동으로 불량 여부를 감별해 내는 검사 시스템이 압권이었다. 부품마다 장착된 무선통신장치를 활용해 LG전자의 전세계 12개 세탁기 공장 중에서도 최초로 구현됐다고 한다. 게다가 모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계열사ㆍ협력사 등의 간접 고용도 최소화했다. LG전자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와 비싸기로 소문난 미국 지역의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세탁기 시장은 연간 약 900만대라고 한다. 소비자 평가 기관에 의해 미국 시장에서 9년 연속 최우수 제품으로 평가받는 등 성과를 날리고 있는 LG 세탁기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소음ㆍ먼지ㆍ냄새까지 최소화해 민감한 사람을 제외하면 실내 공기의 오염도 느끼지 못했다. 공장 밖에는 드넓은 초록빛 평원, 초여름 따뜻한 햇볕 속에서 밀이 익어가는 한적한 농촌. 벽과 벽을 사이에 두고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했다.


공장을 둘러 보고 나온 일행들은 전율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첨단 기술의 발달로 제조업 현장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사람은 과연 미래에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누군가는 "애를 셋이나 낳았는데, 갑자기 애들에게 미안해졌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AI와 IT, 로봇 기술의 발달로 미래의 직업 생태계에서 인간의 몫이 줄어들 게 뻔한데, 자식들은 도대체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냐는 걱정이었다. 19세기 초 영국 직물 공장에서 벌어졌던 러다이트 운동이 21세기 후반에는 로봇 대 인간의 갈등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진작부터 나오고 있다. 산업의 발달 단계마다 그런 우려와 걱정이 제기되고, 그때마다 어떻게 해서든 대안을 찾아내고 해소돼 왔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불안함은 여전하다.


특히 IT산업의 발달은 인간 삶의 양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인간의 기억력은 퇴화되고 있다. 10년 전 만 해도 가족들의 전화 번호 정도는 외웠지만, 이젠 그런 이들이 별로 없다. 인체에 칩을 심어 육체적 능력을 보완하고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자는 시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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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물론 상상의 결과물이고, 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은 과연 어떨까. AI와 IT기술이 바꾸어갈 세상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낙관도 비관도 섣부르다. 하지만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모든 행위가 그렇듯, 목적과 수단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원칙만 지향한다면 IT혁명도 결국은 인간의 편에 설 것이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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