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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호랑이와 코로나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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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호랑이와 코로나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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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자마자 다들 호랑이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는 멀었다. 60갑자가 양력을 따르지 않으니 잘 봐줘야 음력 설, 어찌 보면 입춘부터 임인년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칼럼에서도 호랑이 이야기를 꺼내본다. 60갑자와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인간은 더 많은 땅을 더 안전하게 차지하기 위해 다른 생물종을 죽이고 내쫓으며 살아왔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탄생 과정을 보면 같은 인간끼리 그런 경우도 있었고. 호랑이 역시 우리 산에 살던 동물이었으나 인간이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사냥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런 과정에서 인간이 얻은 병이다. 조선 땅에서 호랑이가 사라진 이유와 코로나가 발병한 이유는 공히 인간의 탐욕인 셈이다.


공학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자연을 인간에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하여 과학적 원리와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우리는 공학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살아왔다. 길을 닦고 상수도를 뚫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하고 땅을 파서 석탄과 석유를 캐내고 자동차를 만들어 타고 배와 비행기로 바다와 대륙을 건너다녔다. 그러나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공학이란 파괴의 기술이며 호랑이나 박쥐같은 다른 종의 입장에서 보자면 살육의 무기다. 인간은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원래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던 물질까지 만들어냈다. 비닐과 플라스틱의 발명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어지럽혀왔다. 그 결과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더 편리한 삶을 영위하는 동시에 가장 암울한 미래를 맞닥뜨렸다.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을 바꿔 쓰자면,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의 유령이 도시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서도 우리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다. 다른 생물종의 영역을 침범하다가 코로나를 불러온 인간이 그 코로나를 피하겠다고 쓴 마스크는 지금까지 몇 장일까? 100억 개? 1000억 개? 대충 인류 절반이 매일 하나씩 썼다고 가정하면 코로나 창궐 후 대략 3조 개의 마스크가 버려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이 정확하지 않겠으나 천문학적 숫자임은 분명하고 지금도 매일 재활용 불가능한 수십억 개의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독하게 이기적이었던 인류가 이제라도 ‘이러다간 다 죽어’ 식의 위기의식을 느낀 건 다행이다. 인간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종을 쫓아내기 위해 발달해온 과학과 기술 역시 반성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피상적이지 않고 근본적이고 전면적이었으면 좋겠다. 인간은 스스로를 야만의 지옥에서 구해 문명의 천국으로 이끌었다. 이제 그 좋은 머리를 다른 쪽으로 써야하는 시대가 왔다.


필자도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금 손해 보더라도 환경에 덜 부담이 되는 쪽을 선택하려 애쓴다. 새해 첫 칼럼 주제로 이런 주제를 고른 이유도 같은 맥락이고. 아직 코로나의 캄캄한 터널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호랑이는 여전히 펜스 너머로 구경만 할 수 있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다. 방사 이후 호랑이 개체수가 늘어난 중국 지린 성에서는 야생에서 생활하는 호랑이들이 종종 눈에 띄고, 인간과 동물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12년 뒤 다음 호랑이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초라하게 인간에게 보호받지 않고 이름처럼 백두대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백두산 호랑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이재익 소설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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