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29명, 300~1천200만원 벌금형
올해도 12곳서 담합 가능성 제기돼
재판부, 구매제도 구조적 문제 지적
물가 상승 반영 안돼…업체 줄폐업
6일 공정거래위원회 사건 심의 예정
교육부·시교육청 등 전수조사 진행
광주 지역에서 비싼 교복값을 낮추기 위해 '학교 주관 구매 제도'를 통한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를 악용해 10여년간 교복 업체들이 담합을 이어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이 수년 전 입찰 담합이 적발됐음에도 여전히 담합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주관 구매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년 전 벌금형에도 교복 업체 담합 의혹 여전
3일 광주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검찰이 2021~2023년 초까지 3년간 광주지역 교복 입찰 결과를 전수 조사한 결과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드러났다. 교복 대리점 업주들은 사전에 각자 낙찰받을 학교를 배분한 뒤 해당 학교에서 공고가 올라오면 들러리 업체와 함께 투찰가를 공유해 입찰했다.
당시 낙찰업체들은 들러리 업체보다 1,000~2,000원 등 근소 차이의 투찰가를 제시해 낙찰받았다. 이 과정에서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에는 입찰 포기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해당 기간 중·고등학교 147곳에서 나온 경쟁입찰 387건 가운데 289건이 담합으로 고가 낙찰됐다. 사실상 대부분 학교에서 담합이 이뤄진 셈이었고, 학생들은 매년 1인당 6만원 이상 비싸게 교복을 구매했다.
광주지검은 2023년 4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입찰방해 혐의로 C 씨(63) 등 교복 납품·판매업체 45곳의 대리점 업주 3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 가운데 교복 대리점주 29명이 그해 12월 광주지방법원(형사7단독 전일호 부장판사)에서 입찰 방해와 독점 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1,200만원을 선고받았다.
3년 전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담합 의혹은 이어지고 있다.
교육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발표한 '2026학년도 광주지역 중·고교 교복 입찰 현황'에 따르면 낙찰자 투찰률이 90% 이상인 학교가 12곳(고교 8곳·중학교 4곳)에 달했다. 낙찰자 투찰률은 입찰 금액을 예정가격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낙찰 가격이 예정가에 근접했다는 의미다. 즉 가격 인하 경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담합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10여년간 이어온 교복 담합…양형 이유로 구조적 문제 지적
재판부는 이들이 범행할 수밖에 없는 상세한 이유와 배경을 기술했다.
2015학년도부터 실시한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도는 입찰(구매)공고→참가 신청(조달청 나라장터 온라인 투찰 및 학교 제안서 등 접수)→제품 설명회→학교 교복선정위원회의 적격 심사 및 적격업체에 대한 개찰→예정가격 이하 최저가격 →입찰 업체 낙찰자 결정→계약체결의 절차 등을 거쳐 교복선정 업체가 선정된다.
각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교복 권고가격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교복비 상한가를 책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전 권고가격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 그러나 교육부 교복 권고 가격은 2015~2022년 해마다 1%대 인상에 그쳤다. 교복업체들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생산성 악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교복 시장의 특수성이나 인건비 상승 등을 들어 교복비 상한가 인상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규모가 있는 브랜드 교복업체(대리점)와 일반 교복업체 간의 구조적 문제도 들여다봤다. 광주시 소재 중·고등학교의 교복 시장에서 4대 브랜드 교복업체(대리점)의 매출은 60% 정도이고 나머지 매출이 일반 교복업체들이다.
'4대 브랜드 교복업체'와 나머지 일반 교복업체 간에 입찰 담합이 이뤄지는데, 브랜드 교복의 원가는 25~26만 원이고, 일반 업체 교복의 원가는 22~23만 원이다. 해당 금액은 브랜드 본사에 납입하는 수수료로 인해 발생한 차이다.
더구나 대다수 교복 업체가 학기 초 빠듯한 교복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예상 물량의 50~60%를 미리 제작해야 하는데, 교복을 구매하지 않는 학생이나 남는 물량이 발생하면 그 재고는 교복업체의 손실이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4대 브랜드 교복 본사는 소속 대리점에 기존 점유율을 유지할 것을 압박하면서 우수 대리점에 대해선 저가 입찰에 따른 손실을 일부 보전해준다. 때문에 브랜드 교복 본사의 매출 점유율 유지 정책이 광주시 소재 일반 교복업체들의 폐업과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요인 탓에 광주지역 교복 업체들은 업체들끼리 순번을 정해 낙찰자를 정하고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담합에 서로 동참했다.
교복 업체들은 광주시의 구별로 2016~2017년부터 교복업체들끼리 인근 학교를 배분 하고 순번을 정해 낙찰을 받을 업체, 들러리 업체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협의했다. 이러한 담합은 2021년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4대 브랜드 교복업체와 달리 일반 교복업체들은 광주시 전체를 영업 구역으로 하면서 입찰 학교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입찰 담합이 아닌 개별 학교를 대상으로 한 소수 교복업체 사이의 입찰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입찰 담합의 경우 교복업체들이 과도한 수익을 보장받으려 했다기보다는 과당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려는 측면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지자체 교복 담합 칼 빼 들어
결국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교복 담합 의혹이 이어지자 정부와 지자체는 단속에 칼을 빼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6일 열리는 소회의에서 광주 지역 교복 사업자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 사건을 심의하기로 하고 관련 일정을 통보했다. 이번 사건은 주요 교복 브랜드 대리점 운영자와 개인 교복점 사업자 등 30여 명이 광주 지역 중·고등학교 교복 구매 입찰 대부분에서 사전에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공정위는 이들이 2023년 전후 교복 구매 입찰을 앞두고 낙찰자와 들러리 입찰자를 미리 정하는 등 담합을 실행했는지를 판단하고, 위법성이 확인되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적발 인원은 30여명이었으나 일부 사업자가 폐업하면서 실제 피심인 수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교육청도 학부모 부담 경감과 교복 입찰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교복 가격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우선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교복 제도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16일까지 학교별 교복 가격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시교육청은 최근 교복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전수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담합 등 공정거래 관련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형사고발 및 부정당 업자 제재(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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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교복 구매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육부 및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공정한 교복 구매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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