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임기 첫 인터뷰
해외 징수 통합코드 구축…블록체인 기반 통합
AI 약탈 행위에는 구상권 청구 등 정면 대응
6개 음악 단체 사상 첫 '통합 협의체' 발족
저작권법 독소 조항 철폐…제도 선진화 시급
대한민국 대중음악 산업은 30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도약할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화려한 K팝의 이면에는 제각각인 저작권 코드 체계, 해외 저작권료 유입 누수,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만난 이시하(45)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은 "협회의 체질을 상식과 개혁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룹 더 크로스 멤버이자 히트곡 '돈 크라이(Don't Cry)'를 만든 창작자에서 6만 회원을 대표하는 행정가로 변신한 그와 음악 산업의 미래를 짚었다.
이 회장은 이날 음저협 총회에서 공식 취임했다. 그가 수장 자리에 도전한 이유는 단순하다. 회원으로서 느낀 '답답함'이었다. 그는 "회원들이 목소리를 내도 정책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렸다"며 "2026년이 됐는데도 상식에 맞지 않는 규정들이 여전히 협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을 '개혁적 로커'라고 정의했다. "팝 발라드나 트로트가 주류였던 역대 회장단과 달리 록 음악을 해온 사람으로서, 잘못된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하는 '로커 정신'으로 협회를 운영하겠다"는 포부다. 단순한 인력 감축 대신 200명의 직원이 800명 몫을 해내는 효율적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가장 상식적인 협회를 만드는 것이 선대 회장들의 업적을 잇는 나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징수 1000억 시대… '통합 코드'로 글로벌 기준 선점
이 회장이 임기 내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힌 핵심 과제는 해외 저작권료 누수 차단이다. 현재 음저협의 연간 징수액은 4500억~5000억원 수준이지만, 해외 유입액은 400억원대에 그친다. 그는 이 규모를 1000억원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해법은 '통합 코드' 구축이다. 이 회장은 "저작권자의 국제표준음악저작물코드(ISWC), 인접권자의 국제표준녹음코드(ISRC), 유튜브의 콘텐츠식별코드(CID), 국가 식별체계(UCI)가 달라 데이터 매칭이 끊기고, 그 과정에서 정산 누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곡이라도 권리 정보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으면 해외 플랫폼 이용 내역이 국내 저작권자에게 정확히 귀속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음저협은 지난달 26일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6개단체 협의체인 'K음악권리단체 상생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상 첫 통합 대응이다. 위원장으로는 이 회장이 선출됐다.
이 회장은 "통합 서버를 구축하고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해 해외 플랫폼에 적용하면 징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리 변경과 이용 기록이 수정 없이 축적돼 분쟁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 예산 10억원 미만의 프로젝트지만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시스템을 구축해 제시하면 'K협회' 모델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베트남 등 신흥 시장 플랫폼의 저작권 매칭률은 50%에도 못 미친다. 제작자는 수익을 가져가지만, 코드가 없는 저작자는 정산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음저협의 통합 코드는 국제음악데이터교환표준(DDEX)을 기반으로 설계돼, 곡이 재생되는 즉시 모든 권리자가 식별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 협의체가 기술로 '송 피칭(Song Pitching)' 환경을 돌파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AI 저작권 전면 대응…"도구는 보호, 약탈은 끝까지 추적"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저작권 침해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도구로서 AI를 활용하는 음악인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프롬프트 몇 줄로 만든 음악으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창작과 약탈을 가르는 기준으로 '음악적 수정 여부'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진정한 창작자는 AI 결과물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 반드시 수정과 재창작 과정을 거친다"며 "수정 없이 프롬프트 한 줄로 만든 곡을 등록하는 행위는 명백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음저협은 강력한 '작업 증명' 절차를 도입할 방침이다. 저작물 등록 시 완성 음원뿐 아니라 프로젝트 파일(시퀀싱 파일)이나 작업 화면 녹화 영상 등 창작 과정을 입증할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시장 영향력이 큰 20~30개 주요 AI 기업과 협력해 특정 엔진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AI 결과물을 속여 등록했다가 적발될 경우 저작권료 전액 환수와 구상권 청구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무허가 생성형 AI 확산이 창작자 로열티의 최대 25%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스포티파이는 약 7500만곡의 스팸성 트랙을 삭제하며 AI 기반 로열티 편취를 차단했다. 음저협도 AI 제작물을 식별하는 디텍션 알고리즘을 징수 시스템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매장 음악 징수를 제한하는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독소 조항'으로 지목했다. 일본은 1999년 해당 조항을 폐지해 매장 규모와 관계없이 공연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매장 음악은 창작자의 '노동'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해외에서는 상업시설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권료를 내는 것이 상식인데, 우리나라는 면제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며 "국제 교류 현장에서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입법을 미루는 사이 창작자의 권리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회원들의 개혁 열망이 나를 이 자리에 세웠다"며 "법 개정만 기다리지 않고 6개월 안에 협회 차원의 자구적 개혁을 단행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정책은 실효성과 보편성에 초점을 맞춘다. 1988년 징수·분배 시스템 도입 이전에 활동한 원로 음악인을 위해 월 70만~100만원 수준의 복지 연금을 현실화하고, 신인 작가에게는 실질적 창작 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재원은 TV 광고 등 홍보비와 사옥 리모델링 예산을 전액 삭감해 마련한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당신의 저작권료 두 배로'다. 이 회장은 "거창한 성과보다 3년 뒤 회원들에게 저작권료가 늘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며 "음저협이 국익에 기여하는 단체로 거듭나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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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창작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창작자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며 "음저협이 음악인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되는 조직이 되겠다"고 피력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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