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시설물사고조사위, 조사결과 발표
옹벽 유입된 빗물, 배수 안돼 수압 가중
"전단계 부실·부적정…사고 전 수차례 민원"
전국 전수조사·특별점검 후 보강조치
지난해 7월 경기 오산에서 난 고가도로 옹벽 붕괴사고는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 등 전 단계에서 부실하거나 적정하지 않게 대처하면서 불거진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서 같은 시공사가 한 다른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를 두 차례나 겪은 데다, 사고 전 무너질 조짐이 충분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 나지 않았어도 될 사고였던 터라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정부는 전국 비슷한 형태의 옹벽을 모두 조사해 필요하면 보수·보강 조치를 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는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10m 높이 보강토옹벽이 무너지면서 차량 2대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다. 사조위는 사고 후 7개월간 현장조사와 자료검토, 관계자 청문, 지반조사·품질시험 등을 했다.
상부 내려앉은 후 빗물 지속 유입→수압 못버티며 붕괴
옹벽이 무너진 직접적인 원인은 당시 많은 비가 내린 후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옹벽에 작용하는 압력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사조위는 결론을 내렸다. 옹벽 위쪽 배수로와 포장면이 갈라져 사이로 빗물이 계속 유입됐다. 이로 인해 뒤채움재(옹벽 뒤쪽 공간을 채우는 흙)가 약해졌다.
옹벽 상단에 설치된 L자 형태 옹벽이 먼저 가라앉았고 고가도로 포장면 땅 꺼짐과 균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균열 부위로 빗물이 더 많이 들어왔다. 당시 시간당 39.5㎜ 집중호우가 왔다. 빗물이 배수되지 않아 수압이 가중됐고 결국 무너졌다.
설계 단계에서는 상단 L형 옹벽의 복합구조 위험도를 면밀히 따졌어야 했는데 이를 부실하게 했다. 수압이 세지지 않도록 배수대책을 적절히 해야 했는데 설계를 미흡하게 했다. 뒤채움재 품질기준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시공 단계에서는 배수가 잘되지 않는 세립분이 많이 포함된 흙을 썼다. 자재(보강토 블럭) 변경 승인여부와 품질시험을 했는지는 관련 자료가 없었다고 한다. 설계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최초 설계도면을 그대로 준공도면으로 제출하는 등 시공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 감리·감독자 역시 시공사의 잘못된 업무처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관리주체도 불분명했다. 이 시설물은 2011년 준공됐으나 2017년 관리주체인 오산시로 인계됐다. 2023년 개통하기 전까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되지 않아 안전점검 등 반드시 받아야 할 조치를 받지 않았다.
유지관리가 부실했던 징후도 드러났다. 해당 시설물을 시공한 현대건설은 앞서 인근 교차로 다른 옹벽과 다른 지역 옹벽도 공사를 맡았었는데, 두 옹벽은 2018년과 2020년 붕괴사고가 났다. 사고 후에도 안전성 검토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2023년 정밀안전점검을 하면서 배수불량·배부름 등을 지적받았으나 조치도 미흡했다고 한다.
이번 오산 붕괴사고가 나기 20여일 전부터 사고 당일까지 국민신문고에 사고 구간 포장면 땅 꺼짐, 붕괴 우려 등 민원이 여러 번 제기됐는데도 오산시는 원인분석이나 안전성 검토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설계기준 개정·관리 강화…전국 전수조사
사조위는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건설기준을 개선하는 한편 유지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별점점을 제안했다. 보강토옹벽 위 L형 옹벽을 설치하는 복합구조에 대해서는 하중 적용이나 시공방법 등 설계·시공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배수시설 설계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시설물이 FMS에서 누락하지 않도록 등록과 설계도서 제출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미등록 시설이 적발되면 이행명령을 정부가 내리는 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시설물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전국 복합구조 보강토옹벽과 배수설계에 대해 전수조사도 제안했다. 조사 결과 미흡한 시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안전성 검토나 보수·보강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오는 5월까지 각 지자체가 조사한 후 9월까지 특별점검을 하겠다는 시한을 제시했다.
권오균 사조위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설계·시공·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철저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해 관련 법령과 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과 수사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조치키로 했다.
지금 뜨는 뉴스
사고가 난 구간은 오산시 발주로 건화엔지니어링과 동아기술공사, 동림컨설턴트가 설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2007년부터 2011년 현대건설이 시공했으며 감리는 한국건설감리공사와 LH가 맡았다. 2017년 관리주체가 LH에서 오산시로 넘어갔으며 2023년 개통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