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트럼프 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된 관세를 무효화하자, 트럼프 정부가 무역법 제122조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이 역시 확실히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미국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가 주장했다.
무역법 제122조의 발동 근거는 ‘크고 심각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balance-of-payments deficits)’인데, 트럼프 정부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발동했으며 국제수지와 무역수지는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수지는 경상수지(current account), 금융계정(financial account, 외환보유액 포함), 자본계정(capital account)으로 구성되며 무역수지는 경상수지의 한 구성요소(상품수지)에 불과하다.
카토연구소의 무역정책 분야 전문가인 클라크 팩워드(Clark Packard)와 알프레도 카릴로 오브레곤(Alfredo Carrillo Obregon)은 지난 24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새로운 트럼프 관세도 위법이다(The New Trump Tariffs Are Also Unlawful)’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역법 제122조는 미국이 브레턴우즈 고정환율 체제에서 벗어나던 1970년대초(1974년)에 제정됐는데, 이 조항은 ‘근본적인 국제수지 문제(situations of fundamental international payments problems)’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임시 수입 관세 또는 쿼터 등 기타 무역 제한 조치를 최대 150일간(의회가 연장 승인하지 않는 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법에 규정된 상황은 ‘크고 심각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balance-of-payments deficits)’ 또는 달러가 ‘임박하고 중대한 가치 하락(imminent and significant depreciation)’에 직면한 경우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제122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는 무역수지와 국제수지를 동일하게 본 것으로 법 규정에 대한 중대한 왜곡이라는 게 연구소의 주장이다. 제122조의 또 다른 규정은 ‘크고 지속적인 무역흑자(balance-of-trade surpluses)’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 무역 자유화 조치를 허용한다. 이는 의회가 국제수지와 무역수지를 서로 다른 개념으로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상원 재무위원회 보고서 역시 이 둘을 구분하고 있다.
연구소는 경제학적으로도 설명했다. 국제수지는 경상수지, 금융계정, 자본계정으로 구성되는데 고정환율 체제에서는 국제수지 불균형이 발생하면 통화를 평가절하하거나 외환보유액을 사용해야 했다. 당시 ‘국제수지 적자’란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는 변동환율 체제로, 미국처럼 자본 유입이 충분하고 통화를 고정하지 않는 국가는 국제수지 적자를 외환보유액으로 방어할 필요가 없다. 통화는 자유롭게 조정된다.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이미 1960년대에 변동환율이 국제수지 문제를 제거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지만 동시에 최대 금융계정 흑자를 기록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겪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 국채와 주식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한, 미국은 ‘국제수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연구소는 트럼프 정부의 법무부(DOJ)가 이전 소송에서 제122조가 현재 상황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에 제출된 답변서에서 DOJ는 “대통령이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제기한 우려는 무역적자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국제수지 적자와 개념적으로 구별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단계에서 이 논리는 철회됐지만, 이제 와서 반대로 주장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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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법원은 (제122조의) 집행정지 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150일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대통령이 이러한 광범위한 관세 권한을 원한다면, 의회에 요청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며 “그러나 2026년이 선거의 해이고 관세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이는 현실성이 낮다. 대신 행정부는 150일의 시간을 활용해 제122조 관세를 유지하면서, 제301조와 제232조를 통해 IEEPA 체제를 사실상 재구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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