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인공지능(AI)으로 '백금-코발트 원자 배열에 아연(Zn)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백금 촉매는 수소차 연료전지에 사용된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짧은 수명이라는 한계를 떠안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지고 제조 비용이 큰 탓에 수소차 대중화에도 걸림돌이 됐다. 이와 달리 AI가 완성한 '가상의 설계도'는 백금 촉매의 단점을 개선, 고성능 촉매 구현을 가능케 했다. AI로 원자 배열을 계산·예측하고 실제 실험을 통해 결과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향후 소재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원보 교수팀이 AI로 촉매의 '원자 배열' 경향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기술은 '퍼즐을 맞추기 전 어떤 조합이 퍼즐 완성에 유리할지를 미리 계산해 보는 것'과 같은 원리다. AI가 금속 원자들의 배열 속도를 먼저 계산해 성능이 좋은 촉매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수소차 연료전지에 쓰이는 기존 백금-코발트(Pt-Co) 합금 촉매에서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금속간화합물'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매우 높은 온도의 열처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때 입자가 뭉치거나 구조가 불안정해져 실제 연료전지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반의 양자화학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 촉매 내부에서 원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배열되는지를 AI로 정밀 예측하기 위해서다.
시뮬레이션에서 공동연구팀은 아연이 원자 배열을 촉진하는 매개 원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연을 도입하면 원자가 제자리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어 정교하고 안정적인 구조 형성이 가능한 원리다. AI가 '원자 배열이 만들어지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낸 셈이다.
AI 예측으로 실제 합성한 '아연-백금-코발트 촉매'는 기존 백금 촉매보다 높은 활성과 뛰어난 장기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는 AI가 계산한 '가상의 설계도'를 토대로 실험실에서 고성능 촉매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특히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수소 승용차는 물론 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수소 트럭과 수소 선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탄소중립 핵심 산업 전반에서 촉매의 수명을 늘리고 제조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촉매의 원자 배열 경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실제 합성으로 구현한 사례"라며 "AI 기반의 소재 설계가 차세대 연료전지 촉매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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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장현우 박사과정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류재현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논문)는 최근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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