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모리 경쟁력 "최고수준 요리기구, 우리 주방서 못 쓸 수도"
핵심은 "AI가 요구하는 규모·속도로 전력 공급 여부"
"'지능 생산국'으로 도약 가르는 분기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은 이제 '코딩'이 아닌 '전기'의 전쟁"이라며 전력망을 국가 전략 인프라로 격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17일 페이스북 글에서 "AI는 더는 추상적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거대한 장치 산업"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실장은 AI 시대에는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만큼, 희소한 경쟁력의 중심이 알고리즘이 아니라 연산 자원과 전력 같은 '물리적 자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희소한 것은 코드가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전력, 송전망 같은 물리적 자원"이라고 썼다.
김 실장은 한국의 메모리 경쟁력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광대역폭메모리(HBM)이 엔비디아 GPU에 실려 해외 데이터센터로 향할 때, 정작 국내에서는 대규모 AI 연산 클러스터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 기구를 만들면서 정작 우리 주방에서는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비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AI가 요구하는 규모와 속도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라며 발전 설비 확충뿐 아니라 송배전망, 입지, 인허가 속도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지산지소(전력 생산 지역에서의 소비) 원칙을 분명히 하고, 전력 생산 지역이 산업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송전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2024년 전 세계 전력소비의 약 1.5%(약 415TWh)를 차지했고, AI 확산 등으로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배 이상(약 945TWh)으로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전력산업 구조개혁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지능 수입국'에 머물지, '지능 생산국'으로 도약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11차 전기본계획에 따라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고, AI 데이터센터 등 산업의 수요에 맞춘 에너지 정책을 이어 가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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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제도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대규모 전력 수요(반도체 클러스터·AI·데이터 산업) 대응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 설치, 인허가·보상 절차 개선 등을 담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관련 법안들이 논의·처리돼 왔다. 업계에서는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이 재생에너지-수도권 수요를 잇는 핵심 축으로 추진되며, 발주·공정 속도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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