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10명 중 1명
조기 발견 시 진행 늦출 수 있어
설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면 부모님의 기억력이나 행동 변화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의 약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이상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초기에는 최근 있었던 일이나 대화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모습이 흔하다. 방금 들은 이야기를 잊거나 물건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말이 막히기도 한다.
병이 진행되면 날짜와 요일을 헷갈리거나 익숙한 장소에서도 방향 감각이 흐려진다. 판단력과 계획 능력이 떨어지면서 돈 관리나 약 복용 같은 일상 활동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기억력 저하 외에 우울, 불안, 불면, 짜증, 의심 같은 행동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변화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노화로 보기 어렵다.
"의심되면 미루지 말고 전문가 상담을"
진단의 출발점은 가족의 관찰이다. 언제부터, 어떤 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면담과 진찰로 인지기능 저하 여부를 평가하고, 신경심리검사로 객관적인 확인을 거친다. 혈액 검사와 뇌 MRI를 통해 다른 원인 질환 여부도 함께 살펴본다. 필요하면 아밀로이드 PET 검사로 뇌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상태를 직접 확인해 진단 정확도를 높인다.
치료의 목표는 기억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기능 수준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데 있다. 현재 사용되는 약물치료는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약 8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콜린분해효소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의 요양시설 입소 비율은 약 20%였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대부분 가정생활 유지가 어려운 상태로 악화됐다. 최근에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치료제가 등장해 초기 환자의 진행을 늦추는 데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예방도 중요하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예방의 핵심으로 '지피지기' 생활 원칙을 강조한다. ▲뇌혈관을 지키고(고혈압·당뇨·비만 관리·금연) ▲과식과 과음을 피하며 ▲걷기 같은 신체활동을 주 3회 이상 지속하고 ▲스트레스와 우울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기쁘게 살아가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특히 중년기 혈압 관리는 노년기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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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기억력 저하나 행동 변화는 의지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 변화로 발생하는 증상"이라며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선택지는 줄이며, 반복되는 질문에는 차분하게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달력, 시계, 메모, 사진 같은 환경적 단서는 혼란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며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될 때는 미루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해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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