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원 줄고 법조인 쏠림 심해지면서
제재심의위 전문성·공정성 지적 이어져
이 원장 "경직된 의사결정 체계 문제"
학계·연구원, 수사기관 출신 등 충원 검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반년 가까이 공석으로 방치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민간위원 확대를 시사했다. 지난해 임기 만료로 민간위원들이 대거 떠나면서 전문성과 공정성이 약화한 데다, 법조인 편중 현상으로 의사결정 체계가 경직됐다는 지적을 수용해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민간위원 20명 중 8명만 활동…"직역 편중 해소할 것"
금융감독원은 9일 2026년 업무계획을 통해 "법조인 중심에서 학계, 연구원 등으로 제재심의위 민간위원 구성을 다양화해 직역 편중을 해소하고,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자는 위촉을 사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민간 제재심의위원 정원은 20명이다. 현재는 8명만 활동 중이다. 지난해 7월 민간위원 15명 중 7명의 임기가 만료된 뒤 7개월째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민간위원이 줄어들수록 금융위원회·금감원 당연직 위원들의 영향력이 커져 제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재 활동 중인 민간위원 8명 중 5명이 변호사로, 법조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이 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정합성과 현장성을 조율할 수 있도록 비법조인 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도 중"이라며 "현업 변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학계, 연구원은 물론 수사기관 출신 인물까지 영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콩 ELS 제재, '엄벌' 대신 '현장성' 무게
이 원장이 언급한 정책 정합성과 현장성이 미흡했던 사례로는 최근 진행 중인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은행 불완전판매 제재심의가 거론된다. 금감원이 지난해 연말 2조원대의 과징금 조치안을 사전 통보하자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고객 보상 등 사후 수습 노력보다는 엄중 조처 원칙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은행 사후 수습 노력을 제재에 반영하라는 금융위 정책 취지와 결이 다른 부분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면하도록 제도를 변경한 바 있다.
이 원장도 홍콩 ELS 제재심의 과정이 금융권이 요구하는 현장성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홍콩 ELS 제재 현안 보고를 통해 "오는 12일 세 번째 제재심이 예정돼 있는데, 제재 대상과 제재심의위 위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3차) 제재심의위 과정에서 은행들의 사후 수습과 자율배상 노력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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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원장 교체와 임원 인사 등으로 지연된 위원 충원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간 위원 충원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새 원장 부임, 임원 인사 등으로 지난해 추진할 여력이 없었고 지금은 충원 중"이라며 "감독규정에 따라 충원 작업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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