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긴급좌담회
"세계 어느 나라에도 '경영권'이라는 개념은 없다.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은 상법 개정 백지화를 의미한다. (5000선을 넘어선) 코스피가 다시 2500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9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경영권 안전장치 어불성설인 이유?' 긴급좌담회에서 "이제 코스피 5000을 이뤘는데 거버넌스 개혁이 후퇴하면 주가는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좌담회는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재계 등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필(독약조항), 차등의결권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 반박하기 위해 급히 마련됐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차등 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세계 주요 자본시장에서 경영권(Management Rights)이라는 단어가 노사 단체교섭 상 회사의 권리 등 특정 사항에만 쓰인다고 설명한 이 회장은 재계가 주장하는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시, 많은 상장사가 쿠팡과 같은 괴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박유경 전 네덜란드연기금(APG) EM 대표의 인터뷰를 인용해 "재계가 사용하는 경영권은, 지배주주가 지분율과 관계없이 해당 상장기업을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지배권을 의미한다"며 "그런 기업들이 상장된 시장의 적절한 밸류에이션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로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좌담회 참석자들 역시 세계 어디서도 경영권을 '권리'처럼 주장하며 방어논리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영권은 이사가 주주 전체를 위해 복무한다는 책임이지, 사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가 될 수 없다"며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방어는 '필연적 배임'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처럼 이사회 독립성과 이사의 충실 의무에 대한 대법원 판례, 사법부의 공정한 심사라는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이즌 필을 도입하려는 것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와해하려는 '트로이의 목마'"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김 매니저는 포이즌 필 도입은 한국에서 충실의무와 완전한 공정성 원칙 판례 확립, 독립이사 중심의 독립위원회 특별심사, 이해충돌 당사자 배제 등 3가지 선결조건이 완료돼야만 논의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 사외이사 80%가 실질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배주주가 본인 이해충돌 거래에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행위 조항조차 예외조항을 만들어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재계의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주장에 이론적, 현실적 모순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적대적 기업인수(M&A)라고 부를 정도의 시도가 없었다"며 이는 회사 소유주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2006년 칼 아이칸과 KT&G 간 분쟁, 2020년 KCGI와 한진칼 경영권 분쟁 정도만 적대적 M&A 시도라고 부를 수 있으며, 그외엔 지배주주의 존재 자체가 경영권 방어라는 주장이다. 그는 "코스피200 상장사의 93%에 지배주주가 있고, 이들의 평균 지분율은 42%"라며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주장하는 경제단체도 현실적으로 이(경영권 탈취 위협)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대표는 차등의결권 도입과 관련해 "어디까지나 비상장회사에서만 허용돼야 하며 IPO 단계에서 상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며 "이론적으로 투자자 보호 수준이 낮은 법제에서는 현금흐름과 지배권의 괴리를 통해 사적이익 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등의결권 주식이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경우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미 발행한 비상장회사의 경우 상장은 허용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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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 대표는 한국의 경우 "중복상장을 통한 지배주주의 지배력 레버리지 만들기를 허용함으로써, 이미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영 실패로 실적, 주가가 아무리 내려가도 (경영권) 박탈 위험이 전혀 없다면 과연 그 경영진이 주주를 두려워하며 더 열심히 할 것인지, 아닌지 너무나 자명하다"며 "지지율 10%인 대통령에게 대를 이은 통치권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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