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기술 패권의 경계' 보고서
"AI는 '스택(stack·다층)' 구조, 상호의존 불가피"
"韓, 지정학적 부담·인구 변수도 상존"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국을 반도체 지배력과 인공지능(AI) 야망을 가진 국가로 평가하면서도 AI 주권을 단일 국가 차원에서 달성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9일 CSIS는 최신 보고서 '기술 패권의 경계(Tech Edge)'를 통해 미·중 AI 기술 경쟁 구도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AI 주권 강화에 나서고 있는 한국을 집중 분석했다. CSIS는 한국을 AI 경쟁에서 뒤처진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특정 핵심 영역에서 이미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한 미국의 AI 기술 파트너 국가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발전 가속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5%로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CSIS는 한국의 AI 주권 전략이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기술 구조가 만들어낸 한계 안에 갇혀 있어 현실적으로 실현이 쉽지 않다고 짚었다. CSIS가 주목한 핵심은 AI 기술의 작동 방식이다. AI는 단일 제품이나 모델이 아니라 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AI 모델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 이른바 '스택(stack)' 형태로 작동한다. AI가 여러 부문의 기술이 맞물려 작동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만큼, 한국의 '완전한 기술 독립'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CSIS는 한국이 전체 AI 스택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 핵심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AI 연산과 인프라의 상당 부분은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짚었다. 반도체는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지만 대규모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집중돼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CSIS는 "이 같은 상호의존 구조가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완전한 독립을 전제로 한 기술 주권 달성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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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는 이 외에도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인구 구조를 AI 전략 실행의 변수로 지목했다. 한국은 미국과는 안보 동맹을, 중국과는 최대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기업의 기술 전략과 공급망 선택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CSIS는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정부 투자 여력과 AI 숙련 인력 기반을 동시에 약화시켜 AI 경쟁력의 지속 가능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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