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 진행
총 214억여원 금액 반환 판결 이끌어
가맹사업법 시행 후 가장 중요한 판결
법원도 처음 다뤄보는 쉽지 않은 소송
본사의 물품 공급 자료 확보도 어려워
소송의 핵심은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
차액가맹금 받으려면 사전 합의 필요해
주요 쟁점 판단 나머지 사건들에도 적용될 듯
"2002년 가맹사업법 시행 이래 가장 중요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있다. 바로 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이다. 2020년 12월 피자헛 가맹점주 108명은 수십년 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본사에 지급해온 필수품목 구입 가격에 이의를 제기했다.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라 공개된 정보공개서를 보니 본사가 제3자로부터 구입해 점주들에게 공급해온 각종 비품, 식재료의 가격이 시중 도매가격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일단 재판을 시작했지만, 점주들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싸우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차액가맹금(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각종 물품을 공급하고 받는 대가에서 적정 도매가격을 뺀 차액, 즉 유통마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첫 사건이었던 만큼 법원조차도 차액가맹금은 물론 가맹사업법 자체를 낯설어하는 분위기였다.
중소 로펌들이 대리한 1심에서 본사 측은 "차액가맹금은 가맹사업법에서 인정하는 형태의 가맹금이므로, 본사가 점주들로부터 받을 법률상 원인이 있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했다. 1심 재판부는 "차액가맹금을 받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한데, 피자헛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에는 그 같은 약정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다"며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본사가 부당이득으로 점주들에게 반환해야 할 범위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확인된 2019~2020년 차액가맹금(약 75억원)에 그쳤다.
1심에서 패소한 한국피자헛은 2심에서 국내 2위(지난해 매출 기준) 로펌 태평양을 선임했다. 태평양 변호사들은 '마진의 일종인 차액가맹금 수령에 왜 합의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재판 분위기가 점차 본사 쪽에 유리하게 바뀌어 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과가 뒤집히겠다'는 위기감을 느낀 원고 점주들은 새로운 대리인을 찾아 나섰다.
이때 불안해하던 가맹점주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인물이 바로 현민석 법무법인 YK 변호사(45·사법연수원 39기)다. 현 변호사는 "태평양 측이 제출한 준비서면을 읽어본 뒤 태평양의 논리를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가맹사업법이 차액가맹금에 관해서는 일반적인 유통마진과는 다르게 구매원가와는 구별되는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 변호사는 50페이지 분량의 첫 준비서면 제출을 시작으로 재판에서 "차액가맹금도 법이 인정한 가맹금의 일종인 이상, 가맹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고, 이에 관한 본부와 점주 간 '구체적인 합의'가 있어야 받을 수 있다"고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도 점주들이 반환받을 차액가맹금을 계산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피자헛의 문서고를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1심에서 기각됐던 2016~2018년분 차액가맹금과 재판 기간(2021~2022년)에 발생한 부당이득까지 총 214억여원을 점주들이 반환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2심 선고 이후 "줄도산으로 프랜차이즈 산업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가맹본부들의 읍소가 나왔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피자헛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고 승소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YK 강남 주사무소에서 현 변호사를 만나 이번 피자헛 사건 판결의 의미와 대리 중인 나머지 차액가맹금 소송들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첫 차액가맹금 사건에서 승소한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이번 판결이 2002년 가맹사업법 시행 이래 가장 중요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물품공급이 가맹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인지가 다퉈진 사건이고, 이번 판결을 통해 가맹본부의 수익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민사계약상의 '주된 급부'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다퉈졌기 때문에 민사법리 차원에서도 상당히 귀중한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로서 업계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만한 판결을 하나 남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직업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대법원 심리가 1년 이상 이어졌는데, 그 시간이 내겐 너무 길게 느껴졌다. 프랜차이즈 대표들로 구성된 협회에서 자꾸 자기들 망한다고 호소하면서 여론전을 펼쳤는데, 혹시 대법원이 그런 걸 고려해서 판단을 바꾸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내가 생각하고 주장한 법리가 맞을까 계속 자문자답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대법관 출신 권순일 대표변호사께서도 2심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에서 파기하는 판결문을 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자료제출 문제로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
▲부당이득액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본사가 판매업체로부터 원·부재료를 구입한 가격과 점주들에게 공급한 가격에 관한 자료가 필요해서 거래명세표 등에 관한 문서제출신청을 했다. 피자헛은 처음에는 문서제출명령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제출 의무가 없다거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하다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이 내려지자 관련 자료가 없다고 했다. 나중에는 자료의 양이 방대해서 제출이 어렵다고 하길래, 그럼 직접 가서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막상 가보니 충분히 제출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다. 대법원은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피고의 모순된 대응은 관련 증거가 피고에게 편재된 이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부당이득액 산정에 관한 원고 측 주장을 적극 수용했다.
-피자헛 사건에서 법원의 핵심 판단은.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기 위해서는 가맹점사업자와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 즉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 합의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더라도 최소한 산정의 기준은 미리 마련돼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는 계약의 일반 법리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원용했다. 즉 가맹금의 일종인 차액가맹금의 지급은 가맹계약의 본질적 내용이고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것이 가맹사업법을 만든 입법자의 입법적 결단이기도 하다. 한편, 가맹사업의 정의 조항인 가맹사업법 2조 1호를 보면, 가맹본부는 자신의 브랜드를 사용해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락하고,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가맹점사업자는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가맹금을 지급하는 게 가맹계약의 '주된 급부'다. 재료나 장비 등 물품공급은 가맹계약의 주된 급부가 아니다.
-현재 수행 중인 20여건의 다른 사건 전망은.
▲'차액가맹금을 받기 위해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법리는 그대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합의의 존부'를 둘러싼 사실인정 문제가 주로 다퉈질 것이다. 각 프랜차이즈마다 수익 구조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볼 때 본사가 합의 없이 수령한 차액가맹금이 부당이득이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가령 피자헛과 달리 로열티를 따로 받지 않고 차액가맹금을 주된 수익원으로 한다고 해도 그와 같은 사실이 '차액가맹금 수령에 구체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법리를 깨지는 못할 것이다. 또 피자헛의 경우와 달리 다른 업체들은 소 제기 전 5년 간 본부가 받아간 차액가맹금이 대부분 공개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부당이득액을 추정해 산정할 필요 없이 정확한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재판에서 이겼지만 아쉬움이 있다면.
▲피자헛이 회생신청을 하는 바람에 가맹점주들이 소송에서 이기고도 법원이 인정한 액수만큼 반환받기가 어려워졌다. 본사는 2심에서 승소한 일부 점주가 계좌를 압류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현금 공탁을 통해 2심 판결의 가집행을 저지할 수 있었다. 채무 변제의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회생신청을 한 것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일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존 관행을 뒤흔드는 결정"이라며 "이번 판결로 산업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차액가맹금을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에 차액가맹금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고 합의한 뒤에 받으라는 것이다. 가맹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임의로 지정해 가맹본부를 통해서만 이를 공급받도록 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가격(마진)도 임의로 정해 정상적인 도매가격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한다면 이것이 오히려 부당한 것이다. 부당한 관행은 계약자유의 원칙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관행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판결로 가맹사업법에 '당연한 마진은 없다'는 입법적 결단이 사법부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인됐다. 가맹본부와 점주가 '투명한 계약' 위에서 다시 만나라는 사법부의 준엄한 명령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가맹점 모르게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수취해가는 후진적인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가맹계약이라는 틀로 묶어 가맹점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착취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상호 대립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가맹점이 일으키는 매출이익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공유하는 상생 협력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점주들이 많다.
▲가맹사업법은 최초 가맹계약 체결시부터 10년 동안 가맹점주가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부가 계약기간 10년을 넘긴 점주들을 상대로 "소송 참여 시 계약갱신을 해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소송에 참여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위생검사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구실로 계약해지나 갱신거절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적절한 계도, 개입이 필요하다. 가맹사업법은 본부가 가맹점주협의회 같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이나 가입,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공정위는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관련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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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일고
서울대 법학과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9기 수료
법무법인 광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로스쿨 법학석사(LL.M.)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법무법인 YK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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