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 다급해진 다주택자
개포동서 "5월8일 전까지 팔아달라"
중개소에 문자 대량 발송
"다주택자 집주인이 급하다면서 1억2000만원 싸게 초급매로 내놨고 당일 바로 거래가 성사됐습니다."(강남구 수서동 A공인)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소유한 집주인이 '5월8일 전까지 매매해달라'는 문자를 일괄 발송했고 인근 중개업소 50여곳에서 광고하고 있어요."(강남구 대치동 B공인)
이재명 대통령이 연이어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나서면서 4일 주요 타깃인 서울 강남구에서 집을 급매로 내놓는 집주인들이 하나둘 포착되고 있다. 오는 5월9일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재차 명확히 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백기투항'하는 모양새다.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거래 완료까지 수개월의 여유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매물이 시장에 더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아시아경제가 파악한 결과 서울 강남에선 초급매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곧바로 팔렸다. 수서동 까치마을 아파트 전용면적 49㎡가 호가 보다 1억2000만원 낮게 거래됐다. 15억5000만원이 호가인데, 14억3000만원에 순식간에 팔린 것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포동에선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면적 113㎡를 43억원에 팔아달라는 문자가 인근 부동산에 전달됐다. 이 아파트 최저 호가가 43억5000만원인데 이보다 5000만원 싸게 매매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 대통령이 지난 주말부터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일찍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버티기에서 이탈하는 집주인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서초구 서초동의 C공인은 "양도세 중과 부활에 앞으로 보유세까지 강화된다는 말이 나오면서 다주택자들이 손익계산을 해서 손해 볼 것 같으면 물건을 내놓고 있다"라며 "급매가 나오면 온라인에 올리지 말고 바로 알려달라는 대기 수요도 많다"고 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되 '3개월 내 집 팔기 어렵다'는 주장에 거래 완료 시점을 최장 6개월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추가 매물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가 비거주 목적 또는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에 대해 일관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이들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에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설 연휴도 있고 한데 잔금 치를 기간이나 소유권 이전 등기 시점을 유예해주면 집을 매각하려는 의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급매물량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집주인이 호가를 내리고 있지 않다' 등 양도세 중과 조치 부활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보다 우세한 상황이다. '버티기'를 하는 것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도 그렇고 현 정부에서도 기다리는 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도 겁 많은 사람들이 다 팔았고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다"며 "그 과정을 다 겪으면서 지금 대통령 말에 흔들릴 사람이 많지 않고 강남은 물론 서울 외곽도 크게 동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입자가 있는 경우 집을 팔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있다.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은 기존 세입자가 집을 비워줄 것이라는 임대차 계약 종료 확인서를 내야 집을 살 수 있다. 기존 집주인이 웃돈을 주며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안이 있지만 이마저도 거절하면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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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형평성 문제는 있겠지만 임대차 만기가 지나고 실거주를 해도 토허구역 내에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제에 예외를 두는 방향 등 방안이 마련되면 다주택자 매물이 더 풀릴 것"이라며 "현재 시장 불균형은 매물이 없는 게 제일 큰데 토허구역 규제에 예외가 생기면 매도자가 일방적으로 호가를 올리는 행위도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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