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홍 이사장 “중증·응급은 국가책무 주차·교통까지 갖춰져야 진짜 ‘완결형 의료’”
지방 의료의 현실은 늘 냉혹했다. 전문 인력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중증 환자는 새벽 구급차에 실려 몇 시간을 달린다. '큰 병이면 서울'이라는 말이 상식처럼 굳어진 배경이다.
그러나 경북 북부 안동에서는 그 공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수도권 전원이 아닌 '지역 완결 치료'를 선택한 병원, 필수 의료를 비용이 아닌 책임으로 끌어안은 병원. 안동병원이다.
강신홍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의료를 '복지'가 아닌 '생존 인프라'로 규정했다. "응급·외상·심뇌혈관·중환자 치료가 작동하지 않으면 그 도시는 더 삶의 터전이 아닙니다. 필수 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지역이 존재하기 위한 최소 조건입니다."
◆ "적자 아닌 책임"…연 100억대 감수한 필수 의료 투자 안동병원이 택한 길은 쉽지 않았다.
중증·필수 의료는 인력과 장비, 운영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익성은 낮다. 대다수 민간병원이 꺼리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병원은 오히려 역행했다. 고위험 중증 환자를 지역 안에서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응급·외상·심뇌혈관 분야에 지속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 부담은 연간 80억~120억원 수준. 강 이사장은 "병원 경영 논리만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지만, 지역사회 필수 의료를 지키기 위한 공공적 투자"라며 "'적자'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책임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 경북 북부 '최종 치료 거점'…공공병원 역할 수행 안동병원은 사실상 경북 북부 공공의료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권역 심뇌혈관질환 센터, 닥터헬기 사업 등 국가 핵심 정책사업을 운영하며 중증 환자 최종 치료를 책임지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법적 기준(7명)의 두 배인 14명을 배치했고, 야간·휴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까지 포함하면 17명이 상시 근무한다. 단순한 '기준 충족'이 아니라 '공백 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구조다.
"공공병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민간이 공공성을 외면하면 결국 피해는 주민 몫입니다. 지역 병원이라면 그 무게를 함께 져야 합니다."
강 이사장의 말에는 지역 의료 최전선에 선 책임감이 묻어났다.
◆ "병원이 곧 인구정책"…4년간 1300명 넘는 유입 효과병원의 역할은 의료에 그치지 않는다.
안동병원은 지역 인구 구조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4년간 전체 직원 6239명 중 77.8%가 타지역 출신이다. 1382명이 안동으로 유입돼 정착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소비하고, 가정을 꾸리고, 생활 인구로 자리 잡는다.
강 이사장은 "대학생 정착지원금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의료 인프라가 더 강력한 인구 유입 정책"이라며 "병원은 치료기관이면서 동시에 지역 경제와 인구를 떠받치는 핵심축"이라고 말했다.
◆ 하루 6000명 찾는 거점병원…'주차난'은 또 다른 의료 공백 하지만 지역 거점 병원으로 성장한 만큼 새로운 과제도 떠올랐다.
바로 접근성 문제, 특히 '주차 인프라'다. 안동병원에는 하루 평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방문객 등 약 6000명이 드나든다.
지하 주차장과 병원 후면 주차장, 인근 둔치 공영주차장까지 활용하고 있지만, 진료 시간대마다 만차가 반복된다. 차량 정체와 불법 주정차가 이어지면서 고령 환자와 응급환자의 이동 불편도 커지고 있다.
강 이사장은 "응급환자가 주차 공간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은 또 다른 의료 공백"이라며 "주차와 교통 역시 의료 인프라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병원 차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영남 북부 거점병원 역할을 고려할 때 안동시와 경상북도가 공영주차장 확충, 입체주차장 조성, 교통 동선 개선 등 도시 기반시설 차원의 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필수 의료 역량을 갖췄다면, 이제는 '쉽게 오갈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춰야 진짜 완결형 의료라고 설명한다.
◆ "병원은 건물이 아니라 약속"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겠다는 약속입니다. 서울로 가지 않아도 치료받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안동병원의 실험은 단순한 병원 경영 사례가 아니다. 필수 의료를 붙들고, 사람을 붙잡고, 도시를 붙드는 전략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의 갈림길에서 '의료가 도시 경쟁력'이라는 명제를 가장 선명하게 증명하는 현장. 안동에서, 그 답이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지방소멸 해법을 말하면서 산업과 예산만 논할 때가 많다. 그러나 도시를 끝까지 지탱하는 마지막 안전망은 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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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병원은 필수 의료로 '치료 공백'을 메웠다. 이제 행정이 교통과 주차로 '접근 공백'을 메워야 할 차례다. 의료와 도시 인프라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지역은 살아남는다.
영남취재본부 권병건 기자 g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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