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인상 막았다, 안 막았다 말할 단계 아냐"
여한구 통상본부장도 곧 합류해 연쇄 협의 나설 듯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의 관세 재인상 압박에 대응해 하워드 러트닉과 회동했지만, 즉각적인 합의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워싱턴D.C. 상무부 청사를 찾아 러트닉 장관과 면담을 진행한 뒤 약 1시간 20여분 만에 청사를 빠져나왔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폭넓은 논의를 했다"며 "내일 아침 다시 만나 추가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서 막았다, 안 막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관보 게재 일정 논의 여부에 대해서도 "그 수준의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번 면담에서 우리 정부가 대미투자특별법을 포함해 한미 간 합의된 대미 투자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관세 재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미국 측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장관은 워싱턴D.C. 도착 직후에도 "국내 입법 진행 상황과 관련해 미국 측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고, 대미 협력과 투자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측의 관세 재인상 압박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어떤 틀로 관리하려 하는지를 확인하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는 대미투자특별법 미제정이 쟁점이지만, 실제 미국의 문제의식은 법 조항보다 이행 속도와 신뢰성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합의문에 특별법 제정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관세 재인상을 거론한 것은, 합의 파기보다는 압박 수위를 높여 한국 측의 행동을 앞당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협상 범위가 관세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다. 미국이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대미 투자 이행 일정뿐 아니라 디지털 규제, 플랫폼 정책, 미국 기업에 대한 국내 규제 환경까지 함께 문제 삼을 경우, 협상은 단순한 관세 설명전을 넘어서는 국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은 그간 한국의 데이터 규제, 플랫폼 관련 정책, 글로벌 빅테크와 연관된 사안에 대해 통상 이슈로 접근해 왔고, 최근에는 쿠팡 사안을 포함한 미국 투자자의 국내 규제 환경도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를 막는 과정에서 이런 사안들이 한꺼번에 테이블에 오를 경우, 자칫하면 관세 방어를 대가로 폭넓은 요구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장관이 관보 게재 일정 논의 여부에도 선을 그은 것도 이번 협상이 아직 조건 교환 단계로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관리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다음 회동에서 미국이 구체적인 이행 시점이나 추가 조치를 요구할 경우, 설명전은 곧바로 사실상의 '협상전'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곧 워싱턴D.C.에 도착해 미 무역대표부(USTR) 등과 통상 현안 전반을 놓고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위급 대화가 투트랙으로 병행되는 만큼, 관세 문제는 단발성 회동이 아닌 며칠에 걸친 연쇄 협의 속에서 방향이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