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딥테크 신기술, 관련 분야 문제 풀 수 있어야"
포스코·LG 등 대기업과 '스핀오프·PoC' 협업
"우방국 협업 퇴색…모든 기술 갖춘 나라 돼야"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블루포인트)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블루포인트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투자자들도 조금 더 용감해져야 할 시점"이라며 "블루포인트는 앞으로 더 크고 대담한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베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설립 11년 차를 맞은 블루포인트는 현재 누적 투자 기업 약 400개, 운용자산(AUM) 약 1200억원 규모의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AC)로 성장했다. 초기 투자 단계에 집중하면서도 건당 평균 4억원, 최대 15억원까지 집행할 만큼 투자 스펙트럼도 넓혔다.
창업·엑시트 경험 살려 투자사 설립…"기술과 시장 연결하는 '시작 전문가'"
이 대표는 엑시트(회수)를 경험한 창업자 출신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 박사 과정 중이던 2000년 반도체 장비 업체 '플라즈마트'를 설립했고,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 MKS인스트루먼트에 지분을 매각하며 성공적인 엑시트를 기록했다. 당시 국내 기술 스타트업이 해외 기업에 매각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이후 2014년 '블루오션으로 가는 시작점'이라는 뜻을 담아 블루포인트를 설립했다. 앞선 사업 과정에서 '시작'의 방향성이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시작 전문가'로 규정한다. 그는 "기술은 훌륭하지만 시작 단계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실패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딥테크 창업자는 기술의 '신규성'에 매몰되기 쉬운데, 자본 집행에 앞서 시장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도록 역량의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루포인트가 설립 초기부터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해 만들어낸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가 2024년 11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3D 현미경 기업 '토모큐브'다. 당초 광학 부품 개발에만 집중하던 팀에 블루포인트가 '의료 진단용 현미경 풀스택(Full stack,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시스템)'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전문 기술진도 연결시켰다.
블루포인트는 자체 '스튜디오비'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제로투원(0 to 1)' 역량을, 대기업은 기존 모델을 확장하는 '원투엔(1 to N)'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LG유플러스와는 AI 스타트업을 연결해 2년 동안 20개의 PoC(기술 검증)를 성사시켰고, 포스코와는 내부 기술팀을 분사(스핀오프)해 수전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출범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양자컴퓨터부터 합성생물학까지…미래 기술에 과감한 배팅
블루포인트가 주목하는 신산업 분야는 에너지와 바이오, 그리고 양자 기술 등이다. 이 대표는 특히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 창업팀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국내 유일의 풀스택 양자컴퓨터 기업으로 꼽히는 '오큐티', 원자력연구원 창업 기반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기업인 '알엑스(RX)' 등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선 카이스트 연구진이 설립한 '디든로보틱스'가 주목받는다. 이들은 조선소의 수십 미터 벽면을 타며 용접과 검사를 수행하는 '승월(벽을 타고 넘는) 로봇'을 개발해, 현재 국내 주요 조선 3사와 실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선 미생물을 엔지니어링해 탄소 저감 항공유(SAF)를 생산하는 '제트론'에 투자했다. 제트론은 미생물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방으로 전환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을 5년째 경신하며, 친환경 연료가 원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시장 블록화…'우리에게 필요한 것' 기준으로 과감한 투자해야"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기존 우방국 간 협업의 가치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결국 핵심 산업과 서비스를 한 국가 내에서 전부 갖춰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단순한 가격·규모 경쟁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큰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벤처투자 생태계의 확장을 위해 '정책 연결성'을 강조했다. 정부 부처별 지원 프로그램은 늘었지만, 정작 IPO나 M&A(인수합병) 단계에서 규제·감독 기관과의 조율이 부족해 기업 성장과 회수가 막힌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풍선 한쪽은 빵빵해졌는데 위쪽이 잡혀 있는 느낌"이라며 "디테일과 융합을 살려야 한다. 각 신산업에 대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지원과 규제가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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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대표는 "창업팀이 시장과 운영을 설계할 수 있도록 초기의 빈 곳을 메우고, 산업 전환기에 필요한 '풀스택 기업'이 나올 수 있게 성장의 병목을 풀어주는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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