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인터뷰서 재차 압박
Fed 의장 발표 시점은 함구
美·日 환율 개입 소문은 부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무역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합의는 없는 것"이라며 한국 국회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법안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현재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임과 관련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시간 논의했다면서도 발표 시점 등 관련 추가 단서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번 주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를 이끈 미·일 정부의 환율 개입 공조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코 아니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무역합의 서명하라는 것"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무역합의를 '승인(ratify)'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신호는) 무역합의에 서명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한국 의회에서)승인될 때까지 그들은(한국은) 25% 관세를 적용받게 되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거나 아니라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나는 이것이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선언이 한국 의회에 계류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나는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도출할 것이라며 양국의 협의 결과에 따라 관세 인상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이후 관세 인상 조치를 실행할 행정명령이나 관보 게재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이 관보 게재를 준비 중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동,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나 미국 측 진의를 파악하고 한국 상황을 설명할 계획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국회에서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2월 말에서 오는 3월 초 사이 통과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특별법 통과 시점에 관해서는) 제정법이어서 공청회가 있어야 하는데 상임위 차원에서 하는 방법이 있다"며 "문제없이 심의한다면 아마 1분기 안에 통과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Fed 차기 의장 후보 4명…발표시점은 함구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장시간 논의했다며 현재 유력 후보는 4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가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차기 의장을 발표할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베선트 장관은 '특정 인물을 추천했느냐'라는 질문에 "추천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선택지와 그에 따른 결과를 제시할 뿐"이라며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결정을 발표할지에 대해서도 "그건 대통령만이 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발표 시점과 관련해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차례 조만간 지명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난주에는 "내 마음속으로는 한 명으로 압축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최측근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현직에 남기고 싶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예측시장에 따르면 1순위 후보는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이다.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그다음 순서로 꼽힌다. 29일(한국시간) 오전 4시51분 현재 온라인 베팅 사이트 칼시에서 세 사람의 지명 확률은 차례대로 41%, 27%, 13%다. 라이더 CIO의 경우 전일 50%였으나 9%포인트 낮아졌다.
美·日 환율 정책 공조 부인
베선트 장관은 최근 미국과 일본이 공조해 엔화 가치 하락 저지에 나섰다는 시장의 소문을 부인했다. 그는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결코 아니다"며 "미국은 항상 강달러 정책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고 있어 향후 이런 기조가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미국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엔화 환율 수준을 점검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국이 시장거래자에게 환율 수준과 동향을 문의하는 절차다. 통상 실질적인 시장개입의 직전 단계에서 나오는 신호로 해석한다. 이후 27일 달러 가치는 2022년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현 달러 가치 수준에 대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달러도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0.4% 상승해 96.60로 뛰었다.
"美경제, 인플레 없는 고성장 이어갈 것"
베선트 장관은 올해 미국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 없는 고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를 일으키는 것은 공급 제약인데, 우리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 정책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Fed의 "이사회 안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꽤 많다"며 "(Fed 이사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나타날 상황을 열린 마음으로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강한 경제 성장과 임금 상승이 반드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특히 임대료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Fed 내 친트럼프 성향으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당분간 현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런 이사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직을 휴직한 채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당초 마이런 이사의 임기는 1월31일부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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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런 이사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을 지명하고 상원이 이를 인준할 때까지 Fed 이사회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가 지난해 8월 사임한 후 Fed 공석을 채우기 위해 합류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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