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호응 미미…금융위 갈등 심화
우군 확보 절실한데 특사경 '자충수' 지적도
상황 갈수록 악화…"옥상옥 반대"로는 부족
금융감독원(금감원) 내부에서 이달 말 공공기관 재지정 결정을 앞두고, 이제는 재지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기존 금융위원회 통제에 재정경제부 관리까지 받는 '옥상옥'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 발언했으나 재경부와 금융위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최근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을 둘러싼 월권 논란과 금융위와의 갈등이 심화하며 이달 초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내에서 사실상 공공기관 재지정을 막을 명분과 수단이 고갈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이 인지수사권을 강하게 요구하며 대외적 '협상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 대외협력 조직이 물밑에서 재경부 설득에 나섰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위를 비롯한 외부 '우군'을 확보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금융위가 민감해하는 의제를 밀어붙여 갈등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과거 금융위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무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2017년 금감원 채용 비리 여파로 2018년 1월 말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현 재경부) 장관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재지정을 추진할 때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 내부에서는 상황이 당시보다 악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와 재경부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금감원 스스로 판을 뒤집을 변수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노동조합도 지난해 조직개편 반대 시위 같은 공개 활동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금융위의 압박을 의식해 '할 말' 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공운위 발표 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공공기관 재지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옥상옥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재지정 후 옥상옥 구조가 굳어지면 갈수록 고도화되는 전자금융 사고와 보이스피싱 대응력이 약화해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로 정부를 설득 중이다. 이 원장이 이런 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희망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재지정 문제는 이 원장의 '협상력'으로 돌파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며 "금융위가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 원장이 이를 의식해 이 대통령에게 재지정 반대 의견을 전하는 것을 주저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운위 결정 이틀 전인 오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금감원은 더욱 뒤숭숭해졌다. 특사경 인지수사권 월권 논란에 더해 '부패의 이너서클'을 근절하라는 이재명 대통령 메시지에 따라 만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생산적 금융 정책 집행 과정 등을 둘러싼 두 기관 간 갈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에 파견된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추천하는 문제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간 갈등이 컸던 2019년의 데자뷔"라며 "공공기관 재지정 의제는 시작에 불과하고 지배구조 개선, 민생범죄 감독 등 주요 정책·감독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금융위가 금감원을 강하게 규율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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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는 오는 30일경 공운위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매년 공운위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게 된다. 관련 경영실적보고서 및 증빙서류 등을 주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매년 6월 발표되는 평가 등급은 직원 성과급은 물론 기관장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 '미흡' 이하(D·E)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및 임원 임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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