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끝이 아닌 출발"
반도체 이익 모멘텀·제도 변화 맞물
상단 5200~5600선 제시
한국 증시가 개장 70년 만에 코스피 5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추가 상승과 단기 조정 가능성으로 나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반도체 중심의 이익 모멘텀과 제도 변화가 맞물리고 있는 만큼 코스피의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장 중 5019.54까지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5000 돌파를 '끝'이 아닌 새로운 국면의 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수 급등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동반한 상승 국면인 만큼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단을 5200~5600선까지 열어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간 기준 상단을 565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 밖에 하나증권(5600), NH투자증권(5500), 삼성증권(5400), 키움증권(5200) 등도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을 '내러티브 중심 장세에서 숫자로 검증되는 시장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과거 한국 증시의 고점은 이익 기대가 앞서고 이후 추정치 하향과 함께 조정으로 귀결되는 패턴이 반복됐다"며 "현재는 기간 조정 국면에서도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가 하향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5000은 기대의 정점이 아니라, 한 단계 높아진 이익 레벨을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상징적 숫자"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지수의 추가 상승 동력으로 반도체 업황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내내 반도체 가격 상승 트렌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선점 전략이 확고해 공급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고, 이는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려 코스피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상승세는 반도체 이익이 꺾이지 않는 한 이어질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5650포인트가 상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2016~2018년과 유사한 반도체 이익 사이클을 감안하면 2026년 반도체 예상 주가 수익률은 2024년 대비 204%에 달할 수 있다"며 "기존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어 올해 코스피 상단을 5600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상승 여력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지수 급등에도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밸류에이션은 약 10.2배 수준으로 역사적인 평균 레벨에 불과하다"며 "이익 모멘텀의 강도가 큰 만큼, 지수 상단을 추가로 열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펀더멘털 개선과 제도 혁신이 맞물리며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 시장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며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기업의 이익 가시화와 상법 개정을 계기로 한 주주환원 확대 흐름이 국내외 장기 자금 유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상장사들의 구조적 이익 개선과 거버넌스의 선진화는 단순한 규제 변화를 넘어 국내외 투자자금의 장기 유입을 이끄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뜨는 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상승 국면이 영원히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가파른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은 실적의 가파른 성장세에 있는 만큼 지금의 실적 성장세가 구조적인 변화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며 "한국 기업의 시클리컬한 속성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결국 조정 국면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