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막론 '환율 상승 베팅', 달러 안 팔고 빌려준다
외화자금시장 금리 하락세에도 현물환시장선 '수요 쏠림'
'더 오를 것' 기대 심리 잦아들지에 주목, 투자 판단해야
심리 완화 위한 당국 일관된 정책·시장 상황 변화 주목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 행진하며 1470원 선을 웃돌고 있다. 올해 들어 하락한 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하루뿐이었다.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다는데 그럼에도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오를까. 투자자 입장에서 베선트 장관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등이 예상하는 적정 환율과 현재 환율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무엇보다 투자 결정을 위해 향후 환율 수준을 전망할 때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까. 최근 환율 상황에 대해 구조적으로 짚어봤다.
"외화자금시장서 달러는 매우 풍부" 그럼에도 오르는 환율, 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리 동결 결정 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에 환율이 오르고 달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달러를 찾기는 너무 쉽다"고 강조했다. 이는 달러가 있지만 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달러를 직접 사고파는 시장인 현물환시장에 내놓지 않고 대차시장(외화자금시장)에서 싼 이자를 받고서라도 빌려주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외환스와프(원화와 달러의 교환) 시 달러 자금에 붙는 가산금리가 최근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산금리는 3개월물 기준 지난해 6월 말 41bp(1bp=0.01%포인트)에서 2025년 12월 말 22bp로, 이달 15일엔 4bp로 축소됐다.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 달러 자금을 빌리기가 종전보다 쉬워졌단 얘기로, 달러가 풍부하단 방증이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외화를 과거와 비교해 덜 매도(환전)하는 대신 외화예금으로 쌓아둔 영향이다. 지난해 11~12월엔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수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예금을 더 늘리는 행태가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국내 외화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발표한 '외환 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도 외화자금시장에 외화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지난해엔 외국인의 채권자금이 전년 대비 2.7배 더 들어왔는데, 채권자금의 절반 이상이 외환스와프를 통해 달러 자금을 빌려주고 받은 원화로 투자된다는 점에서 주요한 외화자금의 공급원이 됐다.
안 팔고 빌려만 준다…현물환시장, 수요 쏠림 강화
반면 현물환시장에선 달러 매입 수요가 강하게 형성되며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은 장기적으로 양국 간의 인플레이션 차, 경제성장률 차, 금리 차 등 펀더멘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환율의 방향과 폭을 결정짓는 구조다. 지난해 외환 수급을 보면 경상수지가 2025년 1~11월 1018억달러로 대규모 흑자였으나 같은 기간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와 직접투자가 각각 1294억달러, 268억달러로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504억달러)와 직접투자(63억달러)를 압도하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경상수지 규모(외환 공급)가 증권과 직접 순투자의 합계(995억달러)와 유사해 환율에 중립적인 것 같지만, 실제 현물환시장에서는 수급 불일치가 크게 나타났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 비율은 과거보다 줄어든 반면 금융기관 외화예금 예치를 통해 외화자금시장으로의 자금공급은 늘었기 때문이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약 80%가 주식이어서 대부분 달러로 환전돼 해외로 나갔지만, 외국인의 증권투자는 절반 정도만 원화로 환전되는 채권만 유입되면서 현물환시장에서의 달러 매도는 제한적이었다. 이런 달러 매매 시장의 불균형은 지난해 4분기에 집중됐다.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는 2025년 10~11월 300억달러 내외의 역대급 유출을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은 상당 부분 스와프 거래를 통해 달러 자금으로 공급됨에 따라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은 풍부해지게 된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개인의 해외증권투자는 지난해 10~11월과 유사한 속도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더 오를 것' 기대 심리 잦아들지에 주목, 투자 판단해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7곳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올해 1분기 말 평균 1441원, 올해 말 평균 1411원으로 1400원 초반 선에 수렴한다. 국내 기관 역시 올해 1400원 초·중반대 환율을 예상, 현재 환율 수준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결국 환율 안정의 관건은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 심리 완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로 놓고 보면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호조가 지속될 가운데 채권 쪽에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모멘텀이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국민연금이 환 헤지에 나선 것도 지난해 4분기와 다른 환경"이라며 "상대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이전 고점(1480원) 부근에서 당국 개입 의지가 확인될 경우, 해당 레벨을 돌파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짚었다. 다만 "보다 유의미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위해서는 수급상 순대외자산이 유의미하게 줄어야 한다"며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면 하단은 크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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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당국은 기대 완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 요인을 개선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줄여야 한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수개월에 걸쳐 형성된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의 뉴 프레임워크는 환 헤지와 해외투자 전략을 조정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어 외환 수급 개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4월 예정된 WGBI 편입,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등은 실질적인 수급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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