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전세보증 대위변제액 감소
"전세사기 진정 신호로 해석"
지난해 국가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전세보증금 규모가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여파로 급증하던 공적 변제 부담이 감소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전세금 반환보증에 따라 세입자에게 대신 지급한 금액은 1조7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4년의 3조9948억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HUG에서 전세금 대위변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변제액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위변제 건수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변제 건수는 9124건으로, 전년(1만8553건) 대비 약 50% 줄었다.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는 집주인이 계약 종료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우선 지급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제도 이용이 늘면서 변제 규모도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최근 들어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보증 사고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전세금 미반환으로 인한 보증 사고 금액은 1조244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의 4조4896억원과 비교해 70% 이상 감소했다. 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2만여 건에서 6000건대까지 내려왔다.
법원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전국 기준 2만8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전세사기 문제가 정점에 달했던 2024년 4만7000여 건에 비해 40% 넘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서울과 인천 등 피해가 집중됐던 지역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전세사기 확산세가 꺾였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HUG가 2023년부터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하며 고위험 임대인의 보증 가입을 제한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담보인정비율 기준이 조정되면서 보증 사고 가능성이 높은 계약이 상당 부분 걸러졌다는 설명이다.
보증금 회수 여건이 개선된 점도 변제액 감소에 기여했다. HUG의 전세보증채권 회수율은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해, 과거 한 자릿수 또는 10%대에 머물던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8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증기관이 지급한 금액을 임대인이나 경매 절차를 통해 되돌려받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지금 뜨는 뉴스
HUG 관계자는 "보증 사고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대위변제 규모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며 "현재 흐름이 유지된다면 향후 공적 재정 부담은 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