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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 나와 대통령 맞은 다카이치…'오모테나시' 이야기 [日요일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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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에서 기원한 문화…상호 존중과 신뢰 기반
2013년 도쿄올림픽 유치 연설로 알려지기 시작

최근 한일 양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정상회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명장면이 있었는데, 일단 회담 시작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호텔 앞까지 나와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요.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오모테나시 외교'라는 제목으로 많이 보도했습니다.


오모테나시를 흔히 '일본식 환대 문화', '극진한 대접', '일본 특유의 환대방식' 등으로 풀어 설명하는데요. 오모테나시는 도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며, 어떻게 일본의 대표 접객 문화로 알려지게 됐을까요? 오늘은 오모테나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호텔 앞 나와 대통령 맞은 다카이치…'오모테나시' 이야기 [日요일日문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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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넘은 문화…다도 등 예법이 기원

오모테나시는 헤이안 시대(8~12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단어라고 합니다. 11세기 초 편찬된 일본 최초의 장편소설 '겐지모노가타리'에는 오모테나시 어원 격인 '모테나시'라는 단어가 등장해요.


국제오모테나시협회에서 정의하는 오모테나시의 어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테나시는 일본어로 '모테나스(もてなす)'라는 동사가 명사화된 것으로, 한자로 쓰면 '모테(持て)'와 '나스(成す)'로 쪼갤 수 있습니다. 모테는 무언가를 손에 든다, 나스는 일을 수행하다, 이룬다는 뜻인데요. 종합하면 모테나시는 '무언가를 사용해 일을 이루다'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일을 이룬다는 것일까요? 바로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여기에 상대 높임에 붙는 접두사 '오'가 붙으면서 '오모테나시'로 완성되는 것이지요.

호텔 앞 나와 대통령 맞은 다카이치…'오모테나시' 이야기 [日요일日문화] 국제오모테나시협회에서 소개하는 오모테나시 이미지. 다도에서 기반한 문화인만큼 이를 대표 이미지로 소개하고 있다. 국제오모테나시 협회.

오모테나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이 다도문화라고 해요. 일본 다도법을 집대성한 센노 리큐는 다도에서 다음과 같은 철칙을 강조합니다. '차는 상대방의 상황이나 기분을 고려해 우려낼 것', '숯은 물이 끓도록 미리 준비할 것',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대접해 상대가 편안하게 느끼도록 할 것', '상대를 위해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해도 이를 대비할 것' 등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도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날 미리 회담장인 호텔에서 사전 준비를 했다고 하죠.


특히 눈여겨볼 점은 차를 마시는 공간 안에서 모두는 같은 입장이라는 평등의 가르침인데요. 신분이나 계급에 상관없이 같은 손님으로 대접한다는 오모테나시의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모테나시는 서로가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에 성립하는 것이라고 해요. 오모테나시를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굽신굽신한다', '화 안 내고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 등 상대를 한껏 모시는 문화로 이해하곤 하는데, 사실 오모테나시는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존중이라는 밑바탕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서비스'와는 구분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서비스는 한쪽이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고, 돈을 낸 만큼 단기적인 관계만 맺고 끝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모테나시는 신뢰 관계나 상대와의 인연 등을 신경 쓰는 독특한 요인이 있다고 해요.

2013년 올림픽 유치 위해 등장…남용 아닌가 비판도

오모테나시가 해외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3년입니다. 당시 일본은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연설하는데, 연설자는 이때 "일본인은 서로를 돕고, 맞이하는 손님을 소중히 여긴다"며 오모테나시를 소개하죠. 그러면서 "만약 여러분이 도쿄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면 거의 그 물건은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 현금이라도 마찬가지"라며 "도쿄는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며, 거리가 깨끗하고 택시 기사들도 친절하다. 모든 지역에서 이런 자산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즉 외국인이 여행하기 편하다는 장점과 오모테나시를 연관 지은 건데요.

호텔 앞 나와 대통령 맞은 다카이치…'오모테나시' 이야기 [日요일日문화] 오모테나시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인사예절. 일상 업무와 접객에 도움이 되는 아름다운 자세를 가르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모테나시아시아아카데미.

한편 일각에서는 오모테나시의 정신이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일본은 곤란해지면 문제 해결 방안 대신 기합으로 극복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오모테나시와 관광을 엮은 것도 관광업이 침체된 시기 목숨 걸고 서비스하겠다는 근성 어필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인데, 이것이 올림픽과 해외 관광객 유치에 쓰이면서 부작용을 낳았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일본이 다국어 접객도 잘 안되는 편이고, 몰리는 관광객을 적절히 분산시킬 대책도 없지 않냐고도 꼬집었는데요. 그런 와중에 시스템 개선 없이 오모테나시를 '일단 오면 잘 모시겠다'는 의미로 쓰면서 오버 투어리즘에 일조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도 오모테나시는 비즈니스 필수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오모테나시 협회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를 평가해주는 검정 시험도 있어요. 오모테나시 아카데미에서는 인사하는 방법까지 가르칩니다. 이를 보면 최근에는 어떤 정신이라기보다는 총체적인 접객 예절을 의미하는 넓은 의미로 변모한 것 같기도 합니다.


호텔 앞 나와 대통령 맞은 다카이치…'오모테나시' 이야기 [日요일日문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여하튼 이번 일본의 '오모테나시 외교'는 한일 양국에서 꽤 화제가 됐습니다. 먼저 호텔 입구까지 달려 나간 다카이치 총리의 모습, 두 사람의 드럼 합주 장면 등은 일본 SNS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도 상대를 세심히 신경 쓰면서도 유쾌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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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 나와 대통령 맞은 다카이치…'오모테나시' 이야기 [日요일日문화] 일본 닛테레에서 보도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합주 장면. 닛테레.

그중에서 참고할만한 일본 네티즌 반응을 몇 개 소개하면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국민들끼리 친하게 지내려 해도 정부가 나서서 대립하면 국민들도 그 방향을 따를 수밖에 없다. 정상들끼리 친밀해지는 것은 어쨌거나 바람직한 일",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시기일수록 춤추는 쪽이 이기는 것 같다", "외교란 결국 '인간관계의 온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로만 끝나지 않고 한일 간 현안을 앞으로 움직이는 성과까지 세트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등이 있네요. 모쪼록 오모테나시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인만큼, 이번 환대의 제스처를 앞으로도 양국이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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