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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구소]반도체칩 탑재 '스마트 브릭' 개발…레고, 94년째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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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최고만이 최선이다' 덴마크 기업 레고
전통 브릭 외관에 최첨단 기술 탑재
약 10년 간 개발 투자…새로운 놀이 경험 제공

편집자주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와 4위(2020년)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덴마크 기업 레고그룹이 94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전자·IT전시회 'CES 2026'에 참여해 디지털 기술 혁신을 선보였다. 기존 레고 브릭(2x4) 형태에서 최첨단 스마트 기술을 추가한 '스마트 브릭'은 1978년 미니피겨 도입 이후 세상에 나온 가장 큰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스마트 브릭은 '레고 스마트 플레이'를 구현하는 장치 중 하나로 맞춤형 반도체(ASIC) 칩과 센서를 탑재해 주변 환경과 소리, 불빛 등과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25개에 달하는 특허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플레이는 스마트 브릭과 연동해 상황에 맞는 효과음과 LED 조명 피드백을 출력시키는 스마트 태그(2x2)와 스마트 미니피겨로 구성된다.


[기업연구소]반도체칩 탑재 '스마트 브릭' 개발…레고, 94년째 진화 중 '레고 스타워즈 올인원' 세트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 레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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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피겨 도입 후 가장 큰 혁신

레고는 화면(스크린) 없이도 상호 작용이 가능한 스마트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약 10년간 공을 들였다. 새로운 차원의 놀이를 만들기 위해 비디오 게임, 전자공학, 산업 디자인, 건축, 컴퓨팅, 사운드, 사용자 경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다. 수백번의 시행착오 끝에 기술에 치중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광 센서, 가속도계, 음향센서, 소형 스피커가 내장된 스마트 브릭은 플러그 대신 전동 칫솔처럼 코일을 통해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또 동일한 소리를 기반으로 주파수와 진폭을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무한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스마트 플레이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른 보조장치 없이 브릭으로 스마트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레고 본질에 충실한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 받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놀이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는 줄리아 골딘 레고그룹 최고 제품·마케팅 책임자의 말처럼 이번 스마트 플레이는 레고 디지털화의 정점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기업연구소]반도체칩 탑재 '스마트 브릭' 개발…레고, 94년째 진화 중 스마트 브릭, 스마트 태그, 스마트 미니피겨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모습. 레고그룹

레고는 '최고만이 최선이다(Only the best is good enough)'는 경영 철학에 따라 창의적인 놀이와 학습이 가능한 브릭으로 세계 완구 시장 선도해왔다. 레고 창업자인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덴마크 빌룬드(Billund)에서 목각 장난감을 만들어 팔았다. 1932년 레고를 설립한 뒤 1947년 나무에서 플라스틱으로 브릭을 만들면서 레고의 토대를 닦았다. 1949년 조립 가능한 형태의 브릭이 생산되면서 레고는 완전히 새로운 장난감이 됐고, 혁신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1978년 레고는 미니피겨를 선보이면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4년 파산 위기도...본질에 집중해 부활에 성공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과 비디오 게임이 확산하면서 2004년 파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플라스틱 브릭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비디오게임 회사, 테마파크, 조립이 필요 없는 미니피겨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3대 회장이자 창업자 손자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사임했고, 36살의 젊은 임원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당시 크누스트로프 CEO는 레고 본질에 집중하고자 했고, 레고는 부활에 성공했다. 무분별한 혁신과 다각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브릭으로 돌아간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2017년 레고는 10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레고 창업주의 증손자 토마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4대 회장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닐슨 크리스티안센 CEO로 발탁했다. 덴마크 에너지 기업 댄포스의 최고경영자였던 그를 데려온 것이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전통적인 냉·난방 설비업체에 불과하던 댄포스를 성공적으로 디지털화하면서 에너지 효율 솔루션 기업으로 발전시킨 경험을 갖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레고의 디지털화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레고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하고, 커뮤니티인 '레고 라이프' 앱도 구축했다. 2023년 말에는 에픽게임즈와 협업해 '레고 포트나이트'란 게임도 내놨다. 마침내 레고는 본질로 여겼던 브릭에까지 디지털 기술을 적용했다. 크리스티안센 CEO가 부임한 시기는 스마트 브릭이 개발되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같다. 레고가 스마트 브릭 개발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 브릭을 새로 만들기 위해 한때 생산라인의 길이는 스쿨버스(6~7m) 7대와 맞먹었고, 작업대도 160여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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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는 '레고 스타워즈 올인원' 세트를 시작으로 스마트 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군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레고그룹 관계자는 "아이들이 레고 놀이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기술이 놀이를 지배하지 않고,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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