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에 40만ha 소실
핀란드는 한파로 항공편 취소도
"극단적 기상 현상, 사회·경제적 혼란 야기"
호주에서는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대형 산불이 확산하는 반면, 북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한파로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기상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수십 년간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라며, 향후 기후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 덮친 극단적 기상이변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호주 빅토리아주 산불로 최소 40만ha 이상이 소실되고, 700채 넘는 건물이 파괴됐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약 6만ha)의 6배를 넘는 규모다. 현지 당국은 하코트 지역 산불을 포함해 12개의 대형 산불이 여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당국은 2019~2020년 발생한 '블랙 서머' 산불 이후 6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빅토리아주 북부 지역의 기온이 최대 46도까지 오르고 강풍까지 겹치면서, 산불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통상적인 1월 평균 기온은 약 21도 수준이지만, 연속적인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경우 산불 위험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지속적인 고온은 땅과 식물의 수분을 빠르게 빼앗아 건조하게 만들며, 마른 연료는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아 불길이 더 오래, 더 넓게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 또한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산불 소실 면적이 연간 14%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기온 상승이 산불 위험을 키우고, 산불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 구조다.
반면 북유럽에서는 정반대의 기상 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지역에서는 지난 11일 영하 37도 한파로 항공편이 전면 취소되며 관광객 수천 명의 발이 묶였다. 항공기 제빙 작업이 불가능해지고 지상 정비·급유 장비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라플란드 지역의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14도 수준으로, 이례적인 추위다.
AP통신은 "핀란드는 혹독한 겨울에 익숙한 나라지만, 올해 북유럽과 중·동부 유럽을 강타한 한파는 예년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광범위한 교통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극단적 기상 현상, 수십년간 이어진 온실가스 배출 영향"
극단적 기상 현상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맞닿아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은 "지난해 전 세계는 기후 대응에 실패한 대가를 분명히 목격했다"며 "1월에는 모잠비크와 마다가스카르에 폭풍이 강타했고, 7~8월에는 유럽·지중해·동아시아 전역이 폭염에 시달렸으며, 연말에는 허리케인과 사이클론이 카리브해와 동남아시아를 초토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극단적 기상 현상은 막대한 피해와 사회·경제적 혼란을 초래한다"며 "이 같은 재난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수십 년간 이어진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불충분한 감축 노력이 낳은 예측 가능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 기준 577억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기후 위기 대응이 미약했던 2000년대 연평균 증가율 2.2%보다도 높다. UNEP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약 2.8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3.7도
국내 역시 기상이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025년 연 기후 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전국 관측망이 본격 확충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전국 폭염일수는 29.7일로 평년(11일)의 약 2.7배였고, 열대야 일수도 16.4일로 평년(6.6일)의 2.5배에 달했다. 서울의 열대야일은 46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썼고, 대전·광주·부산 등 21개 지점에서는 열대야가 역대 가장 이르게 시작됐다. 제주 서귀포의 경우, 10월 13일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며 가장 늦게까지 열대야를 겪었다. 기상청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더위가 장기간 이어진 원인으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세력을 확장한 뒤 오래 유지된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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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상기온 현상은 향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셀레스토 사울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전례 없는 고온 지속과 기록적인 온실가스 증가로 향후 수년 내 지구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면서도 "세기말까지 다시 1.5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은 가능하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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