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6년 만에 자회사 체제 종료
4월1일 무증자 소규모합병
매출 늘수록 이익 줄어
아이스크림 산업 구조적 변화
조직·물류·채널 통합…내수 침체 돌파구 모색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지 5년 만에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유율을 키우는 전략에서 비용 구조를 바꿔 안정적 캐시카우 확보에 방점을 찍은 행보로 해석된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번 합병은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완전히 흡수하는 형태로, 법인 구조를 하나로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합병 방식은 소규모 합병으로, 존속회사는 빙그레, 소멸회사는 해태아이스크림이다.
5년만에 확 달라진 빙과 시장
합병비율은 1대0이며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방식이다. 회사는 합병 목적을 "운영상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줄이고 조직 통합 운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합병기일은 4월 1일, 등기 예정일은 4월 3일이다. 소규모 합병으로 주주총회 승인과 주식매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반대할 경우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
이번 합병의 출발점은 2020년 인수 당시와 전혀 달라진 산업 환경이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점유율 확대와 원가 절감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노렸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히트 상품이 잇따르며 볼륨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후 5년간 시장은 빠르게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 감소로 전통적인 아이스크림 소비층이 줄었고, 저당·다이어트 트렌드 확산으로 간식 소비가 분화됐다. 젤라토와 프리미엄 디저트 전문점, 편의점 디저트 상품 등이 늘어나며 아이스크림의 굳건하던 지위도 약화됐다.
국내 빙과 소매시장 규모는 수년째 약 1조4000억원 안팎에서 정체됐다. 현재 아이스크림 시장은 빙그레 및 해태아이스크림 연합과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해 탄생한 롯데웰푸드 양강 체제다. 이들이 각각 4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사실상 과점 시장이다.
이 같은 시장 구조에서는 점유율 확대 여지는 물론 유인도 크지 않다. 대신 냉동 물류비, 에너지 비용, 인건비 같은 고정비는 매년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용 구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실적을 결정짓는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해태 실적 안정화와 5년간의 슬림화…"합칠 준비, 이미 끝났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에 인수된 이후 2022년 매출 1749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에는 매출 1991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4년에도 매출 1998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2000억원 안팎에서 정체됐지만 영업이익률은 3%대에서 6~7%대로 뛰었다.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인 결과다. 실제 2020년 인수 당시 해태아이스크림의 임직원 수는 470명대에서 현재 234명으로 줄었다. 5년간 중복된 조직을 줄이면서 재무·인사·구매·영업관리 등 중복 인력을 단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판매장비와 저장고 등 자산 효율화 작업도 병행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해태아이스크림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으로 자리 잡았는데, 법인만 남겨둔 채로는 효율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번 법인 통합은 이러한 조직 슬림화를 완성하는 마침표로 볼 수 있다.
내수 침체와 원가 부담…빙그레가 보인 수익성 둔화
빙그레의 수익성 둔화도 이번 합병에 영향을 줬다. 빙그레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조19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92억원으로 24.1% 감소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최근에는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까지 단행했다. 사측은 "합병과는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는 비용 효율화를 위한 조치이며,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빙과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매출 증가가 곧바로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 관리가 없는 확장 전략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판매 채널 변화도 합병 결정의 간접적 배경이다. 과거 아이스크림은 대형마트 중심의 대량 납품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편의점과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가 이동하면서 소포장·다빈도 배송이 늘었다. 이 같은 시장에서는 같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배송과 냉동 물류 관리가 복잡해진다. 냉동 물류는 일반 상품보다 고정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법인이 둘이라면 물류 거점·재고 시스템·배송 루트를 이중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합병으로 이 같은 구조를 통합 운영하겠다는 의도다.
통합의 성패, 여름 성수기 이후 드러날 전망
빙그레가 이번 합병을 결정한 이유는 단순한 조직 정리가 아니다.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 안정화, 빙그레의 수익성 둔화, 내수 침체와 채널 구조 변화 등이 맞물리며 확장보다 비용 효율화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번 합병의 성패는 올여름 성수기를 지나면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판관비 비율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낮아지는지, 물류비 비중이 줄어드는지, 내부 경쟁으로 낭비되던 판촉비가 정리되는지 등이 영업이익률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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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전략적 관점에서 봤을 때 사실상 같은 사업을 하는 두 업체 간의 결합인 만큼 관련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비용 효율화와 시장 지배력 강화 등의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정체된 시장이지만 추가적인 시장 확대의 기회까지 마련하는 기회나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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