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한국 섬유 산업 기틀 다진 주역
글로벌 경기 변동·석화 산업 불황으로
뷰티·헬스케어로 대대적인 체질 변화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전통 사업에 주력하며 이른바 '은둔의 기업'으로 불려온 태광산업이 70년 금기를 깨고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수십 년간 고수해온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사업 구조를 화장품과 제약을 아우르는 뷰티·헬스케어로 급격히 이동하며, 사실상 기업의 DNA를 통째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14일 태광산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동성제약 인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1957년 설립된 동성제약은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보유한 중견 제약사다. 앞서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소비재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쏜 태광산업이 제약사의 경영권까지 확보한 것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장을 넘어 제조와 연구개발(R&D) 역량을 즉각 확보해 중장기 성장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은둔의 경영' 끝내고 생존 위해 링 위로
1950년대 한국 섬유 산업의 기틀을 닦은 태광산업은 국내 최초 아크릴 섬유 생산, 석유화학 수직계열화 성공 등 한국 산업사의 굵직한 궤적을 그려왔다. 하지만 외부 노출을 꺼리는 보수적 경영 스타일 탓에 시장에서는 늘 '은둔의 강자'로 통했다.
그러나 철옹성 같던 태광을 움직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생존의 위기'였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의 구조적 불황이 겹치면서 3년 연속 적자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만 581억 원에 달한다. 기초 소재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이번 '빅딜'의 배경이 됐다.
'애경-동성-실(SIL)' 삼각 편대…K뷰티·헬스 올라탔다
태광의 전략은 명확하다. 고부가가치 소비재 시장인 뷰티와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제품 기획부터 제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태광산업은 최근 코스메틱 전문법인 '실(SIL)'을 설립한 데 이어 애경산업과 동성제약을 양대 축으로 세웠다. 애경산업의 제조·유통망과 동성제약의 의약품·헤어케어 R&D 역량을 결합해 '뷰티·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B2B 사업에서 쌓은 화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기능성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향후 태광산업은 '투트랙'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애경산업을 통해 시장 안착을 꾀하는 동시에, 신규 법인 SIL을 필두로 세련된 브랜딩과 콘텐츠 전략을 앞세운 '디지털 퍼스트' 마케팅에 속도를 낸다. 브랜드 입지를 다진 후에는 티브로드 등 그룹 내 홈쇼핑, 미디어커머스, 호텔 인프라를 총동원해 소비자 접점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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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관계자는 "동성제약 인수는 태광산업이 추진 중인 화장품 사업 전략에 동성제약의 연구개발 경험과 헤어케어 전문성을 결합해 K뷰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며 "제품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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