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美 운용사 같은 자산으로 중복 담보 대출
"소수에 국한…대형사는 체계적 위험관리" 반론도
걸음마 단계 韓시장, 체계적 시장생태계 조성 필요
글로벌 사모신용대출(프라이빗 크레디트) 시장이 대체투자 운용사의 자산 절반을 웃돌 정도로 몸집이 커지는 동시에 잡음도 불거졌다. 사모대출을 활용한 일부 기업들이 파산을 겪으며 안전하다는 인식에 균열이 생겼고, 담보가치가 과대평가되거나 중복 평가되는 문제가 드러났다. '은행보다 유연하고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명성에 '그림자 금융'이라는 오명도 따라붙었다.
美기업 연쇄파산으로 '그림자 금융' 우려 제기
지난해 말 미국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와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가 연쇄 파산하면서 사모대출의 우려가 불거졌다. 이들 업체의 복잡한 부채구조와 사기 의혹 등이 드러나자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처럼 대출 담보 정보가 사모대출 제공 기관 사이에서 공유가 되지 않는 점을 노려 하나의 담보로 여러 건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순자산가치(NAV)를 부풀리며 대출을 계속 일으키는 '신용 리스크 전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사모대출 펀드가 보유한 기업 대출채권들을 묶어 담보로 삼고, 은행·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추가로 빌려 신규 투자, 출자자(LP) 분배, 기존 대출 차환 등에 활용하는 식이다. 펀드 단위 유동성 개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펀드가 차입기업의 부채와 위험을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어딘가에 더 있다는 뜻"이라며 이번 파산이 시장 전반의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규제된 은행 시스템 바깥에서 위험자본이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장된 공포…성급한 일반화 경계해야"
이 같은 경고가 모든 사모대출 시장을 싸잡아 비판할 근거는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우선 다이먼 회장은 사모대출 기관과 직접 경쟁하는 은행권의 대표 인물이다. 은행 대출의 시장 점유율이 사모대출로 넘어가는 흐름에 불리한 당사자가 경쟁자의 위협을 강조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업계 내부에서는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 최대 규모 사모대출 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모대출에 대한 공포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일부 공격적 대출이 시장에 과장돼 전파됐을 뿐, 대다수 대형 운용사들은 우선순위 구조, 담보 설정 등으로 충분히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나타난 '그림자금융' 논란은 사모대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생태계 이동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규제가 강화되며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사모 영역으로 이동했지만, 감독·평가 체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식 공포' 이식보다는 생태계 설계 먼저
국내 사모대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시장을 키워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분산효과를 노려야 대체투자 시장이 보다 성숙해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미국 사모대출과 달리 한국 사모대출 시장은 아직 선순위 담보 대출, 안정적 현금흐름 기반의 인프라·부동산 크레디트, 구조조정 기업 대상 브리지 대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즉 차입자와 거래 구조 및 담보 성격 모두 미국 시장과 다르고, 대출 성격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미국식 위험 사례를 그대로 이식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는 미국식 실패 사례를 참고해 한국이 더 나은 생태계를 설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담보평가의 투명성, 중복담보 방지 시스템, 거래 정보 축적·공유 체계, 펀드 레버리지 관리 기준 등은 초기부터 세밀히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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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에쿼티(PE)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규제로 시장을 막아야 할 시기가 아니라, 시장을 건전하게 성장시킬 시기"라며 "해외에서 드러난 위험요인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형 사모대출 시장을 안전하게 설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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