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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다 뜨거운 인생을 봤다"…흑백요리사, 치열한 직업인에게 바치는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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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 아닌 태도로 요리한 진짜들의 전쟁
화려한 기술보다 빛난 '삶의 내공'
맛의 빈자리 채운 셰프들의 인생 철학
효율의 시대에 빛나는 '노동과 숙련'의 가치

"맛보다 뜨거운 인생을 봤다"…흑백요리사, 치열한 직업인에게 바치는 찬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속 후덕죽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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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태생적으로 결핍이 있다. 시청자가 결정적인 '맛'을 느낄 수 없다. 플레이팅의 시각적 정보와 심사위원의 미사여구에 의존해 맛을 추론할 뿐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는 이 공백을 영리하게 메웠다. 맛의 빈자리를 셰프들이 살아온 인생과 철학, 팀워크, 그리고 업(業)을 대하는 '태도'로 꽉 채워 넣었다.


디지털 시대, 일흔여섯 노장의 땀방울이 증명한 '진짜 어른'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시대에, 이 프로그램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가치인 노동과 숙련을 재조명했다. 챗GPT가 1초 만에 그럴싸한 레시피를 내놓는 세상.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뜨거운 불 앞에서 수십 년간 칼질을 반복하며 체득한 '신체적 감각'은 흉내 낼 수 없다. 이 '몸의 언어'가 가장 극적으로 발현한 자리는 최고령 참가자인 후덕죽의 주방이었다. 치열하게 반죽을 치대는 일흔여섯 노장의 어깨 위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어떤 미사여구보다 웅변적이었다. 고수(高手)란 결국 매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다. 그 정직한 땀방울은 요행이나 언변이 통하지 않는 냉정한 주방의 문법과 맞물려, 공정함에 목마른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맛보다 뜨거운 인생을 봤다"…흑백요리사, 치열한 직업인에게 바치는 찬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속 선재스님

이러한 '노동의 가치'는 품격으로 완성됐다. 후덕죽은 팀전 패배 순간, 본인의 안위보다 "내가 부족해서 졌다"며 제자뻘인 후배를 감싸 안았다. 사찰음식의 명장 선재 스님은 승리 직후 합장하며 상대에게 고개를 숙였다. 승리욕에 매몰되지 않고 결과의 책임마저 짊어지는 이들의 모습은 '어른 부재의 시대'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조율과 파격의 리더십, 그리고 직관

개인전이 수련이었다면, 팀전은 리더십의 시험대였다. 백수저 팀장 손종원은 철저한 조율자였다. 자신의 아집을 접시에 강요하지 않고, 팀원들의 개성이 화음처럼 어우러지도록 지휘했다. 위계가 아닌 합의를 통해 최선을 도출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일방적 지시에 지친 이들에게 "리더란 앞에서 끄는 자가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자"임을 일깨웠다.


"맛보다 뜨거운 인생을 봤다"…흑백요리사, 치열한 직업인에게 바치는 찬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속 손종원 셰프

손종원이 지휘자였다면, 최강록은 승부사였다. 어눌한 말투 뒤에 늘 비수(匕首)가 숨어 있었다. 그는 재료의 물성을 넘어 판의 흐름과 심사위원의 심리까지 읽어냈다. 특히 "나야, 들기름" 같은 한마디로 전세를 뒤집는 파격은 요리가 단순한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결정적 순간을 설계하는 고도의 전략임을 입증했다.


숨 막히는 대결 속에서 임성근의 여유도 돋보였다. 특유의 입담으로 너스레를 떨며 경연의 압박감을 가볍게 비틀어버렸다. 얼핏 허풍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언제나 정곡을 찌르는 '맛의 한 방'이었다. 복잡한 계산이나 이론 없이, 혀끝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찾아냈다. 수십 년간 대중의 까다로운 입맛과 씨름하며 체득한 직관이자, 파인다이닝의 엄숙함마저 무장해제 시키는 진짜 고수의 품격이었다.


"맛보다 뜨거운 인생을 봤다"…흑백요리사, 치열한 직업인에게 바치는 찬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속 최강록 셰프

'느림의 미학', 그리고 안성재가 세운 기준

효율성이 정답으로 통하는 시대에 미련할 정도로 본질에 천착하는 이들도 있었다. 속도전의 한복판에서 역설적으로 느림을 설파한 술 빚는 윤주모가 대표적인 예였다. 쌀과 누룩이 세월을 견뎌야 향을 피워내듯, 결과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묵묵히 접시에 담아냈다. 모든 것이 빨라야만 하는 세상에서 보여준 기다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이었다.


서사의 마침표는 심사위원 안성재의 몫이었다. 그는 맛을 보는 관찰자를 넘어, 끊임없이 의도를 묻는 탐구자였다. 현미경처럼 디테일을 해부하면서도 셰프의 인생에는 경의를 표하는 모습. 그것은 전문가가 갖춰야 할 '높은 기준'과 '따뜻한 품격'의 완벽한 공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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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다 뜨거운 인생을 봤다"…흑백요리사, 치열한 직업인에게 바치는 찬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속 임성근 셰프(왼쪽)와 술 빚는 윤주모

결국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가 남긴 것은 흑과 백의 승패가 아니었다. 수저라는 계급장을 떼고 오직 실력과 태도로 마주한 인간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화려한 미슐랭 셰프도, 시장통의 무명 요리사도 불 앞에서는 평등했다. 손종원의 배려와 최강록의 전략, 임성근의 직관, 윤주모의 인내, 그리고 안성재의 통찰… 이 서로 다른 재료들은 하나의 식탁 위에서 비로소 완성됐다. 요리 서바이벌의 외피를 썼지만, 그 본질은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업을 지켜가는 모든 직업인에게 바치는 찬가(讚歌)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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