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현금화 열풍
구직시장 이탈…단기 알바 형태
무직인 안모씨(34)는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옛 버전을 구현한 '메이플랜드'에서 고(高) 레벨 유저로 통한다. 지난해부터 레벨이 낮은 유저의 사냥을 도와주는 대가로 가상 머니를 받고 그것을 현금화해왔다. 평균 월수입은 150만~200만원 정도다. 안씨는 "하루 8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생활비를 번다"고 했다.
구직을 단념한 신모씨(30)는 '로드나인' 등 여러 게임을 컴퓨터 3대로 동시에 실행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컴퓨터·게임 장비 등 구매에 쓴 돈은 1000만원이다. 신씨는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500만원가량을 벌기도 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금은 월수입이 200만원 안팎으로 줄었고 그보다 더 적게 버는 달도 많다"고 말했다. 하모씨(35)는 다른 이용자의 게임 계정을 대신 플레이해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사냥 등 반복적인 작업을 대행하고 받는 보수는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다.
13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최근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쌀먹'(게임머니 팔아서 쌀 사 먹는다)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게임 현금화 정보를 공유하는 '쌀먹닷컴'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생겨났다. 이 사이트는 게임별 현금화 난이도를 이른바 '쌀먹 점수'로 매기며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2021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세청에 신고된 온라인 게임 거래 규모는 3억여원 수준이다.
이 같은 게임 현금화 열풍을 두고 청년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현실을 투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직 시장에서 이탈해 경제 활동을 중단한 청년층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별다른 사유 없이 취업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8월 기준 26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3000명 증가했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전년보다 3000명 줄었지만, 43만5000명(16.5%)으로 6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30대는 전년보다 1만9000명이 늘어난 32만8000명(12.4%)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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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종의 단기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형태로,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개인의 경력 형성이나 미래를 위한 준비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개인이 목표 의식을 갖고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들이 다른 직업 경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직업 훈련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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