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단체 방화로 독일 베를린 남서부 정전
시장, 정전 중 연인과 테니스 친 것 들통나
"테니스 1시간, 연임에 걸림돌 될 수도"
독일 수도 베를린이 좌익 극단주의 단체의 방화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베를린 시장이 정전 중 테니스를 친 사실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연합뉴스는 8일(현지시간) 독일 rbb방송을 인용해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정전이 발생한 지난 3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 베를린 외곽에서 테니스를 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전은 지난 3일 오전 6시 40분 시작했다. 베를린 전력 당국은 베그너 시장이 테니스를 치기 직전인 낮 12시 46분 "전력 공급 재개 시점을 알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정전 보고를 듣고도 테니스 일정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 정전은 첫날 베를린 남서부 약 4만 5000가구에 전기가 끊겼다가 닷새째인 지난 7일 오후 2시께 전부 복구됐다.
문제는 베그너 시장의 거짓 해명으로 인해 더 커졌다. 그는 '현장에 왜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언론 질의에 "온종일 집 안에 있는 사무 공간에서 업무를 조율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테니스를 친 장소와 시간이 언론에 보도되자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테니스 코트에서도 휴대전화로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라고도 말했다.
테니스 상대는 베그너 시장의 연인이자 베를린 교육장관인 카타리나 귄터뷘슈로 알려졌다.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 소속 시장과 각료 커플의 테니스 스캔들에 사회민주당(SPD)과 독일대안당(AfD), 녹색당, 좌파당은 일제히 베그너 시장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베그너 시장은 베를린 새 정부를 구성하는 오는 9월 시의회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 이에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테니스 1시간이 베그너의 경력에 정치적 블랙아웃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진영에는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전 사태는 베를린 남서부 리히터펠데 열병합발전소와 연결된 고압 송전 케이블에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전기가 끊기고 대중교통과 휴대전화 통신도 마비된 가운데, 기온이 연일 영하 10도 가까이 내려가자 시민들이 체육관 등 임시 대피 시설에서 지내기도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 시간 전기가 끊겼다고 한다.
극좌 단체 '불칸그루페'는 화재 이후 성명을 통해 "정전 아닌 화석연료 경제가 이번 행동의 목표였다"며 "가스발전소 공격은 정당방위이자 지구와 생명을 보호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국제적 연대"라고 밝혔다. 또 "덜 잘사는 분들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이 지역에 저택을 소유한 많은 이들에게는 동정심이 별로 없다"고 했다. 베를린 남서부가 부촌이어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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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따르면 불칸그루페는 지난 2011년 첫 방화 이후 베를린과 인근 지역의 철로와 송전설비 등 공공시설에 열두 차례 불을 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지난 2024년 베를린 근교 테슬라 공장 인근 송전탑도 방화 공격을 받아 테슬라 공장이 일주일간 가동을 멈췄다. 이 단체는 좌파 인터넷 매체를 통해 범행을 자백하면서 반자본·반기술·반제국주의 메시지를 발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연방 검찰은 불칸그루페를 테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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