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하례회서 의료계-정부 '동상이몽'
의협 "정책변화 없을 시 특단의 조처"
정은경 장관 "같은 배 타고 함께 강 건너야"
의사단체와 정부, 정계가 모인 의료계 신년하례회가 화합과 축하가 아닌 정책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의료계와 야당 일각에선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정책 변화가 없을 시 특단의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의 입장을 인지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하자고 독려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는 8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를 개최했다. 신년하례회는 통상 덕담과 새해 인사가 주를 이루지만 이날 현장에선 최근 발표된 의사인력 수계추급 결과 등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의료계는 현장을 외면한 의사인력 추계는 탁상행정이며,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의료는 불확실성이 크기에 외국은 2년에 걸쳐 준비하고 6년에 걸쳐 결과를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단 5개월 만에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 한다"며 "현재의 추계 결과대로라면 2040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240조원, 2060년에는 7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장은 "정부가 지방을 살리겠다며 서울 지역 전공의 정원을 줄였지만,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경북대병원의 경우 2023년 66명이던 지원자가 45명으로 오히려 줄었다"며 "줄어든 21명 중 18명의 지원 과목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전국적으로 57명의 1년 차가 필요한데 올해 지원자는 13명뿐"이라며 "정원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과를 전공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정책 변화가 없을 시 특단의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 역시 "막연한 전국 단위 추계가 아니라 지역별, 전문 분야별 현실을 반영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의료 전달 체계의 근본적 재설계와 함께 필수의료 선택의 선결 조건으로 사법적 리스크 해소와 적정 수가를 요구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제네바선언의 '자유의사와 명예'를 인용하며 "전문가들은 손을 움켜쥘수록 모래알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의료인들이 스스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와 정책,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며 "현안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토에 대해 정부와 일부 여당 측은 정책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협조를 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으로 남은 상처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필수 의료 특별회계 조성, 지역 의사제 도입,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며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또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 "과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기구"라며 "협의체에서 산출된 결과를 존중하고 실현 가능한,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