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RV 솔루션 보급 사업 예산 10억원
지난해 24억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
컨설팅 사업은 별도 편성 안돼
"탄소 배출량 산정 지원 확대돼야"
올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서 중소기업계의 직·간접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부 사업은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CBAM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의 인지도가 낮고 추가 행정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터여서 우려가 높아진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 중소기업 CBAM 대응을 위해 시행하는 '디지털 기반 자동화 MRV(측정·보고·검증) 솔루션 보급 사업' 예산은 지난해 24억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절반 넘게 삭감됐다. 지난해까지 중기부가 1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던 '탄소 배출량 산정 컨설팅 사업'도 올해는 사라졌다. 기존에 중기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함께 진행하던 컨설팅 사업을 올해는 기후부 단독(연 12억원)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된 데는 우리 중소기업들에 CBAM이 미칠 영향이 당초 예상한 것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재정경제부 등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는 일단 50억원 규모의 탄소저감 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설비 개선을 유도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CBAM은 EU 국가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비료 등 6개 부문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만큼 추가 비용을 내게 하는 제도로, 올해 1월 1일 시행됐다. 중기부는 CBAM 전환 기간이던 2024년, CBAM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신설하고 MRV 솔루션 보급 사업과 탄소 배출량 산정 컨설팅 사업 등을 진행해 왔는데, 본격 시행을 앞두고 2년 만에 핵심 사업이 쪼그라든 것이다.
당장 CBAM 시행으로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를 갖게 된 중소기업에 '탄소 배출량 산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축소가 시의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MRV 솔루션 보급 사업은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디지털 자동화 측정·보고·검증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내용이다. 컨설팅 사업 역시 전문 인력을 현장에 배치해 중소기업의 제품별 탄소 배출량 산정을 돕는 사업으로, 중소기업의 CBAM 대응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접적으로 EU에 수출하지 않더라도, 하청·납품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으로부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라는 요구를 받을 것"이라며 "문제는 중소기업 대다수가 탄소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행정 비용과 인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책은행에서 시행하는 CBAM 컨설팅 사업에도 예산과 인력 대비 과도한 수요가 쏠리고 있어 관련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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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기부가 신설한 탄소 감축 기술개발 지원 사업 역시 '반쪽짜리'란 평가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중장기적인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50억원을 투입했으나, 지원 대상을 탄소 집약 품목 10개 가운데 철강·알루미늄 2개 품목으로 한정했다. CBAM의 실제 파급 경로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협력업체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공급망 전반의 충격을 충분히 해소하긴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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