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해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코스닥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나마 연말부터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천스닥' 재탈환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곤 하나, 시장 안팎에선 여전히 의문표가 따라붙는다. 과연 코스닥의 시대가 올 것인가.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외면하고 있는 배경은 단순히 업황이나 수급문제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숫자 하나가 코스닥의 현주소를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은 400곳을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 가운데 80%가량이 코스닥 상장사다.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수년째 코스닥 시장 전반에 포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코스닥 시장 구조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코스닥은 그간 상장 문턱을 낮춰 성장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기술특례 상장 확대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상장 이후 기업을 어떻게 관리하고, 언제 시장에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그 결과 코스닥은 '버티면 살아남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도 각종 유예와 개선 기간을 거치며 시장에 잔존하는 기업들이 누적됐고, 이 모든 것이 결국 투자자 신뢰를 깎아내리는 수순으로 이어진 것이다.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투자 기업이 언제 어떤 리스크에 노출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이 고착돼 있다. 부실기업의 존속은 만성화됐고, 상장폐지 사정권에 놓인 기업들조차 각종 방식을 동원해 연명을 이어간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 대주주나 경영진의 비위 행위 역시 반복돼 왔다. 여기에 몇 년 전에는 그나마 있던 실적 기반의 퇴출 제도조차 사라지며 시장의 자정 기능은 더 약화한 상태다.
상장폐지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집단 반발이 반복돼 온 점 역시 부실기업 퇴출을 지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상장폐지가 논의되다 보니 제도의 일관된 집행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어떤 기관투자가, 외국인투자자가 코스닥을 투자처로 선택할 수 있을까.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때마침 지난해 말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데 이어, 올 초부터 상장폐지 기준 요건도 강화된 상태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상향됐다. 상장 폐지 절차도 2심제로 간소화됐다. 다만 관건은 제도의 '적용'이다. 정책 발표만으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실제 퇴출이 이뤄지고, 그 과정이 일관되게 집행될 때 비로소 시장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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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자본시장 활성화 모멘텀을 맞이한 지금 코스닥의 체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코스피와 코스닥,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양극화는 한층 심화할 것이다. 그렇기에 코스닥 활성화의 출발점은 새로운 자금 유입이 아니라, 시장에 남아야 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려내는 일이어야 한다. 올해 강화된 상장폐지 제도가 바로 그 원칙을 시험하는 첫 관문이 될 것이다.
조슬기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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