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전망, IT 부문 제외 시 1.4% 그쳐
신산업 육성해 성장 기반 다변화해야
1400원 후반 환율, 韓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 커
국민연금 해외투자 국민경제 영향 재검토해야
'뉴 프레임워크' 구축, 조만간 개선책 마련 기대
통화정책, 경제지표 점검하며 정교한 운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예상되는 한국 경제의 'K자형 회복'에 대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신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데 대해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괴리가 큰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 고환율의 배경으로 지적된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데다 정책변수 간 상충이 심화한 만큼, 향후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정 부문 편중' 경계, 신산업 육성해야…고환율 불러온 수급불균형 재검토 필요
이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8%로, 2.0%에 조금 못 미치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쳐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총재는 "이런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하는 등 구조 전환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회복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괴리가 큰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이를 개선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유인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해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큰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연금의 장기수익률 보호와 함께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주체의 투자 결정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각자의 합리적 기대와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거주자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거시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외환시장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조차 국민연금은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 당국은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환율이 상승해 국민연금의 원화 표시 장부가 수익률이 높아진다 해도, 이를 두고 국민들의 노후 대비 자산이 장기적으로 불어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략적 환 헤지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기획단을 꾸렸고, 정부 관련 부처, 국민연금, 한국은행이 협력해 국민연금 해외투자의 '뉴 프레임워크' 구축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큰 진전"이라며 "조만간 개선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200억달러는 최대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양국 간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바와 같이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달러가 대미 투자 자금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원칙은 분명히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물가는 수요압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작년과 같은 2.1%를 기록하며 주요국보다는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높아진 생활물가 수준이 서민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데 대해선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국제적으로 가격 수준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유통구조 개선, 수입 개방 확대 등 다양한 구조개혁 노력을 통해 물가수준을 낮추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통화정책, 보다 정교한 운영 필요 "방향성 적시 설명 중앙은행 중요한 책임"
올해 통화정책은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변수 간 상충이 심화한 만큼, 다양한 경제지표를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도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동향을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책 여건이 변화할 때 그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성을 적시에 설명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이런 인식 아래, 금융통화위원의 '향후 3개월 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의 운용 방향 등을 재점검하면서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는 준재정 정책적 성격을 줄이는 대신 금리정책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금리정책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 지방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싱크탱크로서 해야 할 역할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 3년 동안 이어온 '구조개혁 연구 시리즈'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속해서 하락해 온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였고, 이는 통화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지난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보고서뿐 아니라 자율주행택시 과 결정제도 개선, 고령층 계속근로에 대한 보고서와 같이 앞으로도 단순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며 전문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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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프로젝트 한강' 2차 실거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이를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부의 국고금 관리 개선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AI 언어모형'도 이달 말부터 선보인다. 망 통합 사업도 오는 3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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