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 제안은 없지만 이전설 확산
인력 수급 불확실성 커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기업을 상대로 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이전 제안이나 요구는 없는 상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추진 중인 전체 계획을 바꾸기보다는 현재 짓고 있는 공장 가운데 일부만 지방으로 돌리라는 신호 아니냐"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이 확산되면서 현장에서는 정책 변화보다 불확실성 그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고급 인력 수급과 유지 측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 클러스터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산업단지 내에서 공장 건설에 착수해 구조물이 올라가고 있는 단계다. 삼성전자 역시 부지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며, 현재 보상률이 약 14%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향후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된다. 공식적인 이전 요구나 신호는 없지만, 클러스터 추진 과정에서 특정 물량이나 추가 계획에 대한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 논쟁이 민감한 이유는 반도체가 사람 중심 산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자동화율이 높지만 실제 공정 운영의 핵심은 여전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에 있다. 라인 셋업, 공정 조건 최적화, 불량 원인 분석, 수율 개선은 경험 많은 엔지니어의 판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팹(Fab)에서는 장비 이상이나 공정 변동이 발생할 때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급 인력의 숙련도가 곧 생산성과 직결된다.
문제는 이들 인력의 근무지 선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고급 인력 다수가 판교 이남을 사실상 지방으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수도권 안에서도 외곽 이전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이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인력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공정 노하우가 한순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 채용 역시 쉽지 않다. 지방 입지에서는 석·박사급 인재 확보 자체가 어려운 데다, 채용 이후에도 조기 이탈 가능성이 상존한다. 반도체 공정 인력은 현장을 떠나면 곧바로 경쟁사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력 유출은 곧 기술 유출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결국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장 이전이나 분산은 곧바로 연구개발(R&D)와 양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경쟁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R&D와 양산의 물리적 거리다. 연구 Fab에서 개발된 공정 기술을 빠르게 양산 라인에 적용하려면 연구 인력과 생산 인력이 수시로 오가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기흥 R&D와 화성·평택 생산라인을 수도권에 집적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인력 이동에 따른 시간 비용이 커지고, 이는 곧 기술 대응 속도의 저하로 이어진다.
설계와 소프트웨어 인력의 협업 문제도 있다. 첨단 반도체 공정은 하드웨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설계(Fabless), 공정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분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국내 설계 인력은 판교 일대에 밀집돼 있어, 공정 최적화를 위한 실시간 소통이 필수적이다. 인력이 공간적으로 분산될수록 협업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해외 사례는 이런 우려를 현실로 보여준다. 대만 TSMC는 첨단 공정과 핵심 R&D를 타이베이와 가까운 신주에 집중시켰다. 반면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고급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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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설과 불확실성은 인력과 현장에 미치는 영향의 문제로 귀결된다. 업계에서도 정부가 이전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면, 그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건물이나 설비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인력의 불안을 키우는 정책 신호는 의도와 달리 국가 반도체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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