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판매액 사상 첫 5000억원 돌파
CJ ENM이 3개 작품을 동시에 흥행시키며 2025년 연말 뮤지컬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31일 공연 예매 사이트 놀티켓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주간(24~30일) 기준 예매율 상위 5개 작품 가운데 3개가 CJ ENM 작품으로 집계됐다. '물랑루즈', '킹키부츠', '비틀쥬스'가 각각 2·3·5위에 올랐다.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2001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물랑루즈는 지난달 27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했다. CJ ENM은 지난 16일에는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비틀쥬스를, 이튿날에는 샤롯데씨어터에서 킹키부츠를 잇달아 개막했다.
물랑루즈와 킹키부츠는 CJ ENM이 미국 브로드웨이 제작사와 공동 제작해 현지에서 먼저 공개한 작품이다.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검증된 작품이기도 하다. 물랑루즈는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2021년 제74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킹키부츠는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작으로 같은 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관왕에 올랐다. 물랑루즈와 킹키부츠는 각각 2022년, 2014년 국내 초연했다.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에서 2019년 초연한 작품으로 CJ ENM이 라이선스 뮤지컬로 들여와 2021년 국내 초연했다.
물랑루즈와 비틀쥬스는 이번에 두 번째 시즌 공연이다. 킹키부츠는 벌써 7번째 시즌을 맞아 CJ ENM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세 작품은 화려한 쇼와 볼거리를 앞세우는 동시에 가족의 이야기를 다뤄 연말 따뜻함도 전하고 있다.
킹키부츠의 주인공 찰리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는다. 우연히 만난 드래그 퀸 롤라의 제안으로 남성용 하이힐을 만들면서 폐업 위기를 넘기고 생전 갈등만 빚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내용을 다룬다. 킹키부츠는 롤라와 '엔젤'로 불리는 동료들이 선보이는 역동적인 군무로 특히 유명하다.
비틀쥬스는 갈등하던 10대 소녀 리디아와 아버지 찰스의 화해를 담아낸다. 이 작품은 위노나 라이더 등이 출연한 팀 버튼 감독의 1998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리디아는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늘 슬픔에 잠겨있다. 반면 찰스는 아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며 리디아는 그런 찰스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찰스도 아내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고 딸에게 고백하면서 리디아와 찰스는 부녀 관계를 회복한다.
리디아는 유령을 볼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으며 극은 그런 리디아가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를 만나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비틀쥬스는 극 중 내내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비틀쥬스가 마법처럼 선보이는 화려한 무대효과도 흥미롭다.
물랑루즈는 직접적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물랑루즈의 주인공 사틴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로 사교클럽 물랑루즈에서 춤과 노래를 배우며 성장한 인물. 사틴에게 물랑루즈의 단원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극은 사틴과 물랑루즈의 동료들이 힘을 합쳐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물랑루즈는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 실재했던 유명 사교클럽이다. 그런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한 만큼 공연의 시작부터 관능적이고 화려한 쇼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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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작품들이 연말 흥행을 견인하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 전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일 기준 올해 뮤지컬 입장권 판매액은 5007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638억3477만원)보다 8.0% 증가한 수치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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