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을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힘든 한계기업이 여전히 400곳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비금융업종 기업 중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장기업 수는 지난해 3분기 누적 425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는 83개사, 코스닥 상장사는 342개사다. 업종은 바이오·제약, 부품, IT, 화학 등 다양하게 확인됐다.
이자보상배율은 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을 그해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로 나눈 값이다. 1배 미만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납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가리킨다. 시장에서는 통상 3년 이상 이러한 상태에 있는 기업을 좀비기업으로 칭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 중 한계기업 수와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00개사를 넘어선 데 이어 2024년 처음으로 400개사를 돌파했다.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1.8%(401개사)에 달했다.
이들 한계기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기업 자체의 부실을 넘어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 시 기업 연쇄 부도 가능성 등의 위험이 상시화되는 것은 물론, 금융권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커진다. 여기에 산업 내 자원이 한계기업으로 배분되면서 국내총생산(GDP), 투자도 왜곡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상장폐지 수순을 피하기 위해 매출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 우려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문제를 심각히 여기고 연초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부실기업 적시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좀비기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증시 관점에서는 최근 5년간 신규 상장 수 증가율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3배 수준이나, 신규 진입 대비 퇴출 속도는 더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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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강 연구원은 부실기업 적시 퇴출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대부분 마무리됐다면서 올해 초부터 상장폐지 시가총액 및 매출액 요건 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자원 배분 효율성 개선을 위한 추가 제도 발표가 기대된다고도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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