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달만에 총리 공관으로 이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9일 공저(총리 거주 공간)로 이사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도쿄 아카사카의 중의원(하원) 숙소에서 공저로 이삿짐을 옮겼다. 총리는 평상복 차림으로 관용차를 타고 이동했다.
지난 27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첫 휴가를 냈지만 휴가 중 이사를 하게 된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집무실이 있는 관저와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공저로 들어가는 것은 지난 10월 총리직에 오른 지 약 두 달 반만의 일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공저 이사는 일본에서 관심이 쏠린 이슈였다.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일하면서 동시에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는 '독박 돌봄' 중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공저로 들어가 지진과 같은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야당의 압박에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지금은 짐을 꾸릴 틈도 없는 데다 수면도 거의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이사하겠다"고 답한 바 있는데 결국 휴가 중 이사를 선택했다.
또한 지난 21일에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위기 관리는 국가 경영의 요체다. 조만간 정든 숙소를 떠나 공저로 거처를 옮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월 취임 후 주말에 공무가 없는 경우 의원 숙소에서 지냈다. 연말연시에도 사적인 외출을 자제하고 이사한 공저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말연시에 호텔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았던 역대 총리들과 다른 행보다.
공저는 2005년 총리 관저를 개보수한 건물로 지난 2012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물러난 뒤 한동안 사용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 시부야구의 자택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중의원 숙소에서 출퇴근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공저로 이사하면서 다시 주인을 맞았다.
일본 총리 공관은 쿠데타와 암살의 역사, 단명 정권 괴담이 얽힌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도 적지 않다. 일본에선 공관에 입주한 총리 중 단명하거나 불운한 결말을 맞은 사례가 나오면서 '터가 좋지 않다', '귀신이 있다'는 소문도 돈다. 귀신 소문은 1932년 옛 일본 해군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총리가 암살된 사건과 관련 있다는 억측도 나온다.
지금 뜨는 뉴스
지난해 12월 공관 입주가 알려진 이시바 전 총리에게 기자들이 귀신 소문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오바케의 Q타로' 세대라 별로 안 무섭다"고 했다. '오바케의 Q타로'는 귀신을 소재로 한 일본의 1960년대 유명 만화로 이시바 전 총리 같은 60, 7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