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주춤하자…글로벌 PEF 존재감↑
국내 PEF, 중·소형 딜에 집중
홈플러스 사태에 PEF 책임 경영 논란
칼 빼든 금융당국…'원 스트라이크 아웃'
2025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조원 단위 '빅딜'은 글로벌 PEF의 무대였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가 각종 논란으로 주춤한 영향이다. 대신 국내 PEF는 미들마켓으로 눈을 돌리며 크고 작은 딜을 이끌었다.
조원 단위 빅딜 이끈 글로벌 PEF, 미들마켓에 눈 돌린 국내 PEF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PEF가 이끈 조원 단위 빅딜은 5건으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 4건을 글로벌 PEF가 이끌며 독식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M&A는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제조사 DIG에어가스 매각 건이었다. 매쿼리PE는 이 회사를 프랑스 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에 4조8500억원에 매각했다. 앞서 매쿼리PE는 2020년 DIG에어가스를 MBK파트너스로부터 2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외에도 SK에코플랜트의 환경 부문 자회사들인 리뉴원·리뉴어스·리뉴에너지충북 지분 100%를 KKR이 1조7800억원에 인수했다. EQT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의 최대 주주 김용우 회장 지분 22.29%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으며, 올해 초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업체 롯데렌탈을 1조5729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PEF 가운데 조원 단위 딜을 성사시킨 곳은 글랜우드PE가 유일하다. 글랜우드PE는 나노H2O(전 LG화학 워터솔루션 사업부)를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외 국내 PEF는 미들마켓 시장에서 활발하게 M&A 시장을 이끌었다. VIG파트너스의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2000억원) 인수,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크린토피아(6000억원) 인수,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의 에스아이플렉스(4300억원) 인수, 어펄마캐피탈의 폐기물업체 CEK 인수(4000억원) 등이다.
홈플러스 사태로 도마 위 오른 'PEF 책임 경영'
올해 국내 자본시장을 통틀어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다. 홈플러스에 대한 단순한 구조조정 실패를 넘어 PEF의 책임 경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며 PEF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짙어진 계기를 만들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위기의 한 해를 보냈다.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여전히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는 가운데,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의 해킹 문제가 발생하며 논란이 됐다. 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과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JKL파트너스도 홍역을 치렀다.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 M&A 계약 직후 직원의 과로사 의혹이 번지면서다. 해당 사건은 JKL파트너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매출 성장세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생기며 JKL파트너스의 위기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PEF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당국은 PEF에 대한 규제 강화를 꺼내 들었다. 우선 중대한 법령 위반을 저지른 운용사(GP)에 대해 1회 위반만으로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인수한 기업의 자산·부채 및 유동성 현황 등을 금융당국에 정기 보고하도록 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관련 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해 내년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조원 단위 매물 줄줄이 대기 중
올해 PEF 업계는 어려운 한 해를 보냈지만 내년 조원 단위 빅딜 다수가 전망되며 업계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먼저 이르면 1월 4조원대 몸값이 예상되는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매각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진행한 테일러메이드 본입찰에서 미국 골프 전문 투자사 올드톰캐피털이 약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는 F&F는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될 경우 14일 이내 해당 조건을 그대로 받아 테일러메이드 인수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2조원의 몸값이 거론되는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도 최근 매각을 본격화했다.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매각 주관사로 UBS와 국내 대형 회계법인 한 곳을 선정해 해외 원매자를 물색하는 한편,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도 접촉하는 투 트랙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 인수 4년 차를 맞은 클래시스도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매각가는 3조원대로 전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고금리와 정책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M&A 시장은 위축됐고, 이에 올해 조원 단위 매물들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감춘 경우가 많았다"면서 "내년도 시장 상황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을 위축시켰던 문제들이 일부분 해소돼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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