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기초 체력을 측정하는 체온계는 늘 숫자로 말한다.
그중에서도 환율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는 지표다.
최근의 지속적인 고환율 기조는 단순한 변동성을 넘어 실물 경제 전반을 압박하는 복합 위기의 징후로 나타나고 있다.
수입 물가가 치솟으며 기업의 원가 부담은 임계점에 도달했고, 가계의 체감 경기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작금의 한국 경제에서 가장 아픈 곳을 꼽으라면 단연 환율이다.
고환율이 수출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과거의 공식은 이제 유효 수명을 다했다.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을 외부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곧바로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촉발한다.
기업은 가중된 비용 부담을 최종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이된다.
특정 수출 대기업의 회계 장부상 숫자가 개선된다고 해서 국가 경제 전체가 건강해지는 시대는 지났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방향성과 신뢰다. 환율 상승의 원인을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적 요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의 약세가 유독 가파르다면, 이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과 정책 대응 역량이 시장의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외환시장은 지표보다 신뢰에 의해 움직인다.
당국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와 모호한 대응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가 될 뿐이다.
고환율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가혹하게 전가되는 '역진적 세금'과 같다.
대비할 여력이 없는 서민과 중소상공인, 고정 소득자들에게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은 생존의 문제다.
실질 소득은 제자리인데 생활 물가와 대출 이자만 급등하는 현실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결국 환율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민생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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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성 한국국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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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제는 환율이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122411443268833_176654427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