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역차별…불리한 위치 설 것"
여당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에 대해 국내 IT 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온플법이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플랫폼 업계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어서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2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좌담회에서 "온플법은 플랫폼 시장의 역동성과 혁신 역량을 저해해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낳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진행된 '플랫폼 규제의 함정: 보호가 아니라 부담을 키운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상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계인국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왼쪽부터) 이명환 기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이날 좌담회는 '플랫폼 규제의 함정: 보호가 아니라 부담을 키운다'를 주제로 온플법 단일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온플법 단일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이 단일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16건의 온플법을 하나로 모았다. 연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입점업체의 연 판매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수수료율과 부과 기준 등 8가지 항목을 중개거래 계약 때 명시하도록 했고, 판매대금 정산 기한도 청약 철회 기간 만료일 기준 20일로 지정했다.
김 교수는 온플법이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게 '이중 규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처럼 플랫폼 독과점 규제를 다루는 법이 이미 있다는 취지다. 그는 "이미 있는 법으로 상당 부분 규율이 가능하고 실제 집행 사례도 이미 축적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특별법 제정은 오히려 중복규제와 법체계의 혼란만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마다 각자 다른 특성을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인 규제 방안을 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산업은 조직화된 전통적 조직과 달리 규모나 행위의 예측이 어렵다"면서 "전통적 산업을 타겟으로 했던 제도는 규제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도 온플법이 우리 플랫폼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외에 서버를 둔 글로벌 빅테크들은 서비스 운영 정보를 알기 어려운 데 더해 통상 마찰 우려로 규제가 쉽지 않아서다. 국내에 본사와 서버를 두고 정당하게 법인세를 내는 우리 기업들이 온플법으로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취지다.
김태오 교수는 "온플법의 실제 법 적용에서 한계가 발생해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규제 부담의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국내 플랫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우리나라 플랫폼이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통상 측면에서 온플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예정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공동위원회 이행 회의를 취소했는데,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입법안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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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통상 리스크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쟁법 성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후에 법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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