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오랜 경제 참모
월가 최연소 Fed 이사
Fed 대표적 비둘기파 월러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임을 두고 '3파전'이 예상됐다. 줄기차게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한 가운데 그의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가 될 전망이다.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며, 그 뒤를 케빈 워시 전 Fed 의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바짝 쫓고 있다.
케빈 vs 케빈 양강 구도에 월러 '다크호스' 부상
외신·온라인 베팅사이트 등을 종합하면 후보 4명 중 차기 의장으로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는 해싯 위원장이다. 온라인 베팅 사이트 칼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4시 기준 해싯 위원장의 지명 확률은 52%며, 워시 전 이사(27%), 월러 이사(15%) 순으로 나타났다. 릭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으나 앞선 3명에 비해 존재감은 미미하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자 명실상부 오랜 경제 참모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냈던 그는 2기에서 화려하게 귀환했다. 그는 Fed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며 Fed를 향해 "스스로 독립성과 신뢰도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공화당계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출신 경제학자로 자유무역을 옹호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존 매케인 캠프, 밋 롬니 캠프 등에도 경제고문으로 몸담았다.
시장이 해싯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이력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일 분석 글에서 "최근 Fed 의장을 지낸 4명 중 3명이 CEA 의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해싯의 이력은 Fed 의장들의 전형적인 경력에 부합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4명 중 3명의 정치 성향이 공화당이었다는 점도 공통점 중 하나라고 꼽았다.
다른 후보인 워시 전 이사는 월가 출신 최연소 Fed 이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최근 '월가의 황제'로 통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의 공식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쿠팡 사외이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 시절 35세로 최연소 Fed 이사에 임명됐으며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주요 통화 정책을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기구에서 활동했으며 2017년 파월 의장과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특히 워시 전 이사의 아내인 제인 로더는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을 키워낸 에스티 로더의 손녀로 '황금 인맥'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으로 볼 때 '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3의 변수로 등장한 인물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Fed 이사로 임명된 월러 이사다. 20년 넘게 교수로 재직한 그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인사다. 지난 7월 금리를 동결키로 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소수 의견을 낸 걸로 전해졌다. 그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로부터 가장 선호되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월가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해 가장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Fed 내부 이견도 조율할 수 있는 인물로 꼽고 있다.
트럼프 말 안 듣는 파월…다음 의장은 '충성도' 최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을 뽑는 핵심 기준으로 내세운 건 본인에 대한 '충성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한 비판을 반복하며 연말 이전에 그의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는 파월 의장을 향해 "지금 우리에게는 전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며 "그는 훨씬 더 빨리, 훨씬 더 낮은 금리를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Fed의 금리 대응이 늦었다는 주장을 펼쳐왔으며 내년에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파월 의장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계보'는 화려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선임된 파월 의장은 1기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8월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고집 센 얼간이, '너무 늦는' 파월은 당장 금리를 대폭 내려야 한다"며 이를 거부 시 해임안을 Fed 이사회에 요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의 폭주를 막은 인물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으로 WSJ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전형적인 거짓말이다. 누구도 내게 그런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시장에선 Fed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놓고 '유력' 후보로 점찍었던 해싯 위원장의 발목을 잡은 것도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충성심이다. 당초 해싯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의 비율은 12월 초만 해도 80%가 넘었다. 이후 해싯 위원장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과 친구라는 이유로 의장 자격이 안 된다는 의견은 대통령이 거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월러 이사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Fed 독립성을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차기 의장이 누구든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로 양분된 FOMC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됐다. 일례로 지난 12월 FOMC에서는 금리 인하 찬성 9명 반대 3명으로 결정됐다. 위원 3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상 Fed가 최대한 만장일치 결정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의장 인선은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해싯 위원장과 워시 전 이사는 일찌감치 트럼프 행정부의 면접을 마쳤으며, 월러 이사도 지난 주말 면접을 마무리했다. 월러 이사의 면접이 '성공적'이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 만큼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라이더 CIO가 이달 마지막 주 플로리다 마러라고 트럼프 대통령 사저에서 면접을 볼 예정이라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당초 예상 후보에 포함됐던 미셸 보먼 Fed 이사는 최종 후보군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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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의장은 내년 1월 31일에 임기가 만료되는 스티븐 미란 Fed 이사의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5월 중순 시작하는 임기보다 앞선 3월과 4월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차기 의장을 참여시킬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내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까지 남은 FOMC는 내년 3번으로 1·3·4월 열릴 예정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임기 종료 후에도 2028년 1월까지 Fed 이사직을 유지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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