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내년 1분기까지 효율화 방안 마련
제3기구 신설·일원화·기능별 분담안 등 제시
전문가 "프랑스 제3기구 설립 실패 사례 있어"
정부가 현재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나누어져 있는 원자력발전소 수출 체계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를 효율화하겠다며 ▲독립된 제3의 기관 신설 ▲한전 또는 한수원으로 일원화 ▲기능별 분담 등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지난 8월부터 외부에 연구 용역을 진행중이며 내년 1분기까지 세부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초 내년 6월까지 방향을 정할 계획이었으나 사안의 시급성이 커짐에 따라 1분기로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원전수출협회가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가 원전 수출 창구 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간 관세 협상을 계기로 한미간 원전 수출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달 초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투자하기로 한 총 7500억달러의 주요 투자처로 원전 건설을 꼽았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 기업들의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원전 수출은 박근혜 정부 집권 시기였던 2016년 원전 수출 공기업 기능 조정을 통해 한전과 한수원이 함께 맡고 있다.
한전은 높은 국제 신인도, 해외 사업 수행 경험, 마케팅 역량, 자금 조달 능력을 강점을 살려 한국형 원전의 노형 변화가 없는 국가를 중심으로 원전 수주 활동을 펼쳤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운영 경험을 살려 노형 설계 변경 등 기술적 요인이 필요한 국가에 대해 수출을 추진했다. 이러한 조정을 통해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을 맡았다.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이 양 기관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해외 원전 산업의 주체가 이원화돼 있어 일관성 있는 해외 전략 수입이 어렵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 원대 추가 공사비 정산을 놓고 두 회사가 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단일한 방법이 좋을지, 한전과 한수원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방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부가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안 중 '제3의 기구 신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과거 프랑스에서도 원전 수출을 위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별도로 아레바(AREVA)를 설립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레바는 핀란드 원전을 수주했으나 잦은 공사 지연으로 2014년 6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면서 EDF에 원전 사업을 매각했다.
아레바의 실패 사례는 오히려 한국 원전 기업의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경쟁력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아레바는 이후 오라노(ORANO)로 사명을 바꾸고 핵연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인천대 손양훈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는 "해외에서 실패한 모델을 굳이 우리가 도입할 필요가 없다"며 "한전과 한수원 중 한 곳으로 일원화해 한 사업자가 설계·시공·조달(EPC)을 주도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제3의 기구를 설립할 경우 조직과 인력 구성을 확정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논란도 예상된다.
산업부가 제시한 세 번째 안인 '기능별 분담'은 사실상 현행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 안인 한전과 한수원 중 한 곳으로 업무를 일원화는 경우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양사에 모두 원전 수출 관련 인력이 있어 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대외 인지도가 높고 건설 시 금융 조달 비용이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 해외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은 체코 사업 수주를 통해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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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각각의 장단점을 충분히 살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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