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 논란
전쟁 등 인명 달린 사건 두고 내기
"인간 고통 토대로 세운 생태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에 대한 예측 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폴리마켓'. 최근 폴리마켓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예측 종목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놓고 수많은 군인, 민간인이 고통받는 전쟁을 유흥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측 시장은 최근 수년간 월가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비윤리적인 예측 상품도 증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폴리마켓에는 약 100건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예측 종목이 게재됐다. 앞서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양국의 전쟁은 예측 시장의 단골 주제로 떠올랐지만,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은 언제일까' 등 정치적인 주제에 그쳤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러시아가 라이만 지역을 점령할까',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를 탈환할까' 등 구체적인 전투 경과를 예측하는 종목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1개월간 해당 종목 전체에 걸린 판돈은 약 96만8000달러(약 14억3000만원)에 달했다.
폴리마켓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예측 시장 플랫폼이다. 참여자들이 각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고, 승패를 가려 판돈을 가져가는 일종의 내기 게임이다. 일례로 지난해 미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판돈을 걸어 8000만달러(약 1180억원)의 이익을 거둔 참여자가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듄, 카록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예측 시장 규모는 지난해 월간 1억달러(약 1480억원)미만이었지만, 지난달 기준으로는 매월 130억달러(약 19조원)로 100배 이상 폭증했다.
문제는 전쟁·재난 등 인명이 오가는 사건을 두고도 내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이 아니다. 과거 폴리마켓에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침공 이후 전쟁 경과를 예측하는 종목이 다수 올라왔으며, 미군의 베네수엘라 선박 공격 시기를 예측하는 종목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종목들이 알려진 뒤 레딧, 엑스(X) 등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사람 목숨이 걸린 일로 도박 놀음을 하는 거냐", "당신들은 인간 이하다", "도박 중독자들이 파산하길 빈다" 등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는 이달 초 "폴리마켓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분투를 수익화하는 글로벌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이 시장은 인간의 고통을 토대 삼아 지어졌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군인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내기에 이용된다는 부작용도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자원봉사자들은 우크라이나 영토 내 전투 지역 현황을 실시간으로 갱신하는 웹사이트 '딥스테이트'를 개발한 바 있다. 이 사이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 국방부 공식 발표 등 공개 정보를 활용해 각 격전지의 세세한 상황을 설명, 군인들과 민간인들에게 경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일부 예측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웹사이트 정보를 참고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딥스테이트 측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내 "우리의 지도 정보는 인도주의적 사명으로 만들어졌다. 어떤 도박 업체에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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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공개 정보 기반 격전지 지도 웹사이트 '딥스테이트'. 일부 예측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데이터를 이용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딥스테이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딥스테이트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국방부 및 미국·유럽 등 우방국을 위해 전황을 분석하는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도 "일부 단체, 개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경과에 대한 도박을 조장하고 있으며, 우리의 분석 지도가 결과 판정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우리는 이같은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고, 우리의 정보가 도박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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