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밝기에 따라 체감 시간 최대 25% 차이…KOREATECH 연구진 세계 최초 실증
가상현실(VR)에 몰입하면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게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연구진이 VR 환경에서 빛의 밝기가 동공 반응을 통해 인간의 시간 인식을 직접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한기대는 미래융합학부 박지섭 교수 연구팀이 VR 환경에서 화면 밝기 조절만으로 사용자의 체감 시간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아주대학교 경영인텔리전스학과 이철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성인 참가자 26명을 대상으로 초정밀 시선 추적 장비를 활용한 VR 실험을 진행하고, 시선 이동 3만8985건과 시선 고정 28만1306건 등 총 32만291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 빛의 밝기에 따라 시간 왜곡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실제 1분 분량의 영상을 시청했지만, 빛이 거의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는 시간을 약 24.7% 더 길게 느꼈다.
이는 체감 시간으로 약 1분 16초에 해당한다. 반대로 매우 밝은 환경에서도 실제 시간보다 약 11.3% 길게(약 1분 8초)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시선의 움직임과는 무관하며, 빛에 반응해 변화하는 동공 크기가 뇌의 시간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동공이 과도하게 확장되거나 강한 자극을 받을수록, 뇌가 인식하는 시간은 실제보다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타임 엔지니어링(Time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재활·훈련용 VR 콘텐츠는 화면을 어둡게 설정해 훈련 시간을 체감상 짧게 느끼도록 설계할 수 있고, 게임은 밝기 조절을 통해 플레이 시간을 더 풍부하게 인식하도록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12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해당 저널은 JCR 상위 14%, SJR 기준 HCI 분야 1위(148개 중)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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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저자인 박지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시각 효과를 넘어 인간의 감각과 시간 인식을 능동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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